여성에 관하여 -최승자(1952~ )
여자들은 저마다의 몸속에 하나씩의 무덤을 갖고 있다.
죽음과 탄생이 땀 흘리는 곳
어디로인지 떠나기 위하여 모든 인간들이 몸부림치는
영원히 눈먼 항구.
알타미라 동굴처럼 거대한 사원의 폐허처럼
굳어진 죽은 바다처럼 여자들은 누워 있다.
새들의 고향은 거기.
모래바람 부는 여자들의 내부엔
새들이 최초로 알을 까고 나온 탄생의 껍질과
죽음의 잔해가 탄피처럼 가득 쌓여 있다.
모든 것들이 태어나고 또 죽기 위해선
그 폐허의 사원과 굳어진 죽은 바다를 거쳐야만 한다.
여자의 몸은 죽음의 잔해가 탄피처럼 널려 있는 무덤인 동시에 “탄생이 땀 흘리는 곳”이다. 죽음과 생명을 함께 끌어안는 여자의 몸, 곧 모태(母胎)이다. 그렇다면 ‘폐허’나 ‘죽은 바다’는 생산이 거세된 실존의 불모지(不毛地)를 은유한 것일까.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그 폐허의 사원과 굳어진 죽은 바다를 거쳐야만 한다”는 진술에서 우리는 생명의 물신화에 대처하려는 여성성의 굴곡을 있는 그대로 읽어 내게 된다. 투철한 자기부정이야말로 무덤을 뛰어넘는 과정인 것이다.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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