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아가(雅歌) - 김남조(1927~ )

푸른물 2010. 5. 22. 09:18

아가(雅歌) - 김남조(1927~ )

가장 깊은 뿌리에서

아슴히 높은 정수리까지

내 외로움을

사람아 너에게 드릴밖에 없다

동쪽 비롯함에서

서녘 끝 너메까지

한 솔기에 둘러 낀

하늘가락지.

돌고 돌아서

다시 오는 이 마음을



하늘가락지는 세계의 드넓음과 마주친 인간의 외로움을 약속으로 위무(慰撫)하는 신(神)의 증표다. 우주적 연민인 그 사랑이 무궁 속에 나를 살도록 한 언약으로 하늘가락지를 걸어둔 것이다. 나의 공경이 정성을 다 바친 사랑의 노래(雅歌)로 불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여기, 세계 속에 나를 있게 한 약속의 상대에게 나는 순연하고 경건한 마음을 송두리째 드린다. 사람이라는 전존재(全存在)를! <김명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