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폐점 - 박주택(1959 ~ )

푸른물 2010. 5. 12. 15:00

폐점 - 박주택(1959 ~ )

문을 닫은 지 오랜 상점을 본다

자정 지나 인적 뜸할 때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인형

한때는 옷을 걸치고 있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불현듯 귀기(鬼氣)가 서려오고

등에 서늘함이 밀려오는 순간

이곳을 처음 열 때의 여자를 기억한다

창을 닦고 물을 뿌리고 있었다

옷을 걸개에 거느라 허리춤이 드러나 있었다

아이도 있었고 커피 잔도 있었다

작은 이면 도로 작은 생의 고샅길

오토바이 한 대 지나가며

배기가스를 뿜어대는 유리문 밖

어느 먼 기억들이 사는 집이 그럴 것이다

어느 일생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