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꽃의 이유 - 마종기(1939 ~ )

푸른물 2010. 5. 11. 07:36

꽃의 이유 - 마종기(1939 ~ )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 보면 어쩔까.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개화와 낙화의 과정을 떨면서 엿본 그 누군가가 꽃나무의 내년을 기약한다 하더라도 내년의 꽃은 올해의 저 꽃이 아니다. 피었다 지는 것으로 꽃은 저의 한 주기를 완성한다. 그게 꽃의 이름다움이다. 그리하여 되풀이가 없는 우리네 삶은 피고 지는 꽃들 앞에서 아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고 지는 꽃 시절은 후회와 고통이 서린 사랑의 모습이었다 할지라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아프게 확인시킨다. 전율과 환희를 가득 품게 한 사랑도 마침내는 이별로써 저를 완결하는가. <김명인·시인>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폐점 - 박주택(1959 ~ )  (0) 2010.05.12
인동(忍冬)잎 - 김춘수(1922~2004)  (0) 2010.05.12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1942∼ )  (0) 2010.05.08
민들레 -정병근(1962∼ )  (0) 2010.05.08
소 - 김종길 (1926~ )  (0) 2010.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