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내가 모자를 쓰는 이유

푸른물 2010. 5. 14. 07:43

내가 모자를 쓰는 것은 중년이 지나면서였다. 그 전에 썼던 것은 여고시절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교복과 같이 썼던 모자가 처음이었다. 그 때는 여학교에서도  우리학교가 모자를 처음 쓰기 시작한 첫번째는 아니라도 두번 째쯤 되었던, 거의 모자를 안 썼던 시기였다. 아니 우리도 쓰면서 생소했고 신기하기도 했으며  조금은 창피한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유치원에도 들어가기 전에 작은고모가 털실로 짜준 모자를 썼다니까 나의 모자쓰기는 꽤 역사가 오래되었다.

요즈음에는 모자를 자주 애용한다.  머리가 부스스할 때라든가 파머머리가 풀려서 오늘 낼 하면서 파머를 미루고 있는 중이라든가 머리를 막 감고 어디 가야 할 때 나는 모자를 쓴다. 그러면 머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옷과 매치시키면 멋쟁이나 된 듯 기분이 업 되어서 나는 모자를 즐겨 쓴다.

요즘  다른 이유가 더 생겼다. 새치머리가 아닌 머리가 본격적으로 하얘지기 시작해서  머리염색을 차일피일 늦추고 있을 때면 어느 옷을 입어도 5% 부족한 느낌이 들 때 나는 모자를 쓴다 그러면 내가 멋쟁이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나는 길 가다가 눈에 띄는 모자가 있으면 산다. 그렇다고 비싼 모자는 나의 지갑이 반대를 해서 나는 몇 천원하는 길표를 사니 내가 가지고 있는 모자를 다 합해도 가격부담이 없기에 가능한 얘기다

요즘 어느유명한 P라는 여가수가 하얀 백발로 텔레비전에 나왔는데 처음에는 멋으로 변신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서는 나는 그 때 배신감을 느꼈었다. 엊그제 까지도 까맣던 그녀의 머리가 어느날 갑자기 백발로 변한 당혹감이었기도 했고 흑발이었을 때 그녀는 나이보다 10 여년은 젊어보였는데 백발로 변신하고 나니 그녀 나이 근처로 보이는 것도 나의 당혹감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의 고백(?)에 의하면 50대부터 백발이 되어서 그동안 염색으로 철저히 위장을 했었다고 한다. 백발의 그녀를 사람들은 섹시하다는 말도 하고 다른 멋도 있다는 말도 하는가 본데 나는 그녀가 중년여인에서 갑자기 할머니로 변신한 것 같아 그냥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나이가 들면, 늙으면 세월 따라 머리도 하얘지고 얼굴에 주름살도 생기기 마련인데 그런 자연의 현상을 보톡스라는 주사로 ,수술로 얼굴을 동안으로 만드는 것이 요즘 세태이기도 하여 거부반응을 보이면서도 머리에 칼은 아니라도 머리보톡스(?)인 염색을 하는 것에는 거부반응이 없는 것은 나의 모순이기도 해서 씁쓸하기만 하다

나도 언젠가 그녀처럼  머리가 하얘지면 당당히 백발로 나설 것인가를 생각해보니 아직은 자신이 없다 그 때 가봐야 알 것 같다는 말이 솔직한 내 생각이다

어쨌든 그 여가수가  백발로 자연의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선  그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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