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어느 식물원 이야기

푸른물 2009. 7. 26. 20:18

자연의 보물창고인 숲                               



여동생과 함께 용인시에 있는 어느 식물원에  갔다

가는 길목마다 들꽃들이 한 무리씩 모여서 피어 있었다.

개인 식물원인데 나 같은 사람은 들꽃은 한적한 곳에서 한두 개씩 피는 것

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람이 일부러 무리를 지어 놓은 것도 보기에 좋았다

들꽃의 이름이 그렇게 많은지도 처음 알았고 무리지어 놓은 들꽃이 예쁜지

도 그 때 처음 알았다

들꽃뿐이 아니었다. 몇 십 만평이 되는지도 모르는 그곳에는 나무들도 많았

는데 나무 곁을 지나가면 그 때가 유월 초여서 더웠는데도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서 가슴에 묵혀 있던 찌든 공기가 다 빠져 나가는 듯이 상쾌했다

걸어도, 걸어도 길마다  특징 있게 만든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눈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웠다. 나무들은 지금 방금 심은 듯한 나무도 있고 수십 년 나이

를 먹은듯한 고목들은 더 많았고 몇 백 년은 된 것 같은 나무도 있는 것 같

았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쓸모없어지는데 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귀한 대접을 받

는 것이 좀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나무가 모여서 숲을 이루었다.  큰 나무 작은 나무 날씬한 나무 뚱뚱한 나무

등 사람의 얼굴이 다르듯이 나무들도 똑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런 다양한 나무들이 모여서 숲을 이루면 공기를 정화하고 산사태를 막고

온갖 과실을 맺고  꽃이 피면 벌 나비가 날아오고 동물들이 뛰놀고 새들이

깃들어서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로 인도 한

다 숲 하면 떠오르는 백설 공주의 이야기처럼 숲은 우리에게 동화 같은 동

경의 대상이고 꿈의 궁전이다

몇 년 전에 지인들과 함께 가까운 산에 갔을 때 싸리순도 고추순도 오이순

도 홑잎나물도 지인이 가르쳐주는 대로 처음으로 뜯었었다. 더덕도 캤는데

더덕은 멀리서도 향기로 불러서 가까이 가서 캐보면 정말로 더덕이 나오는

게 나처럼 도시에서 자란 사람에겐 신기함 그 자체였다.

집에 와서 내 생전 처음으로 뜯어 온 나물을 무쳐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사

먹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숲의 청정한 공기를 같이 먹는 상큼한 맛

이 함께 해서일 게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강원도에서는 나물을 뜯어다 생활하기도 하고 지리산에서

는 약초를 캐다가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나같이 도시에서 자란 사람은 쑥인지 풀인지도 구별하기 어려워 그게 그것

같은데 수백 종의 산나물이 있다고 들었다 내가 아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

다 고사리. 더덕. 도라지, 취나물, 곰취나물, 참나물, 고추순, 오이순, 홑잎나

물, 씀바귀, 두릅, 고수, 쑥, 송이버섯, 표고버섯, 싸리버섯 등이다

약초도 수백 종 수천 종이라고 하는데 약초는 아는 게 거의 없다 오가피, 허

깨나무, 황기, 산삼, 영지버섯, 칡, 산마 등을 아는 정도다

과실도 수백 종이 넘을 텐데 내가 아는 것은 밤, 호두 잣, 은행 도토리, 산수

유, 오디, 산딸기, 으름, 머루, 다래 등이다

이러니 숲은 자연의 보물창고요. 어머니의 가슴처럼 우리에게 아낌없이 나눠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숲의 고마움을  잘 알지 못한다. 나무의

고마움도 알지 못한다.

연필 한 자루를 만들기 위해 몇 개의 나무가 필요한지, 한 개의 휴지를 만들

기 위해, 한 개의 나무젓가락을 만들기 위해, 종이컵 한 개를  만들기 위해 

얼마의 나무가 베어져야 되는지를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아니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종이도 휴지도 종이컵도 물 쓰듯이 함부로 쓰고 있는 것

이다 종이컵이 썩는데  수십 년이 걸린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종이기저귀가 썩는 데는 몇 년이나 걸릴까를 생각해보면 요즘 젊은 엄마

들의 대다수가 쓰는 종이기저귀에 대해서 좀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소창이라고 하는 천을 기저귀로 사용했었다. 물론 빨아서 썼기에 장

마철이 되면 기저귀 말리는 일이 큰일이었다. 그러나 한 번 사용하고 버리지

않고 다음에 또 썼었다. 우리가 어렸을 적만 해도 화장실에서 휴지는 신문

지로 썼다 적당히 잘라 놓은 신문지를 사용했었다 말하자면 재활용이었던

것이다  신문이 없는 집에선 다 쓴 공책이 사용되었다.

우리가 자연을 사랑할 때 자연도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변해서 사오십 년 후에

는 우리나라에서 사과가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하고 소나무를 보기 힘들 것

이라고도 하고 남한에서는 겨울이 없어질 것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자연을 파괴했기에 받는 보상일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해도 물

을 사먹는 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지금 도시 웬만한 가정

에선 물을 사 먹고 있지 않은가 봉이 김 선달 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벌어지

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신선한 공기도 돈으로 사는 세상이 되었다 아직은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자연을 파괴할 때 어떤 재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

다. 하나님이 만든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주어야 할

텐데 기하급수적으로 파괴되는 자연을 보면서 한 그루의 나무도, 숲도 소중

히 가꾸고 보호할 때 우리의 후손들에게 피해가 덜 가게 될 것이다

휴지를 아껴 쓰고 종이컵을 아껴 쓸 때 자연의 피해는 그만큼 줄어들어

우리의 후손들이 덜 파괴된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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