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생각 - 박라연(1951∼ )
꽃의 색과 향기와 새들의
목도
가장 배고픈 순간에 트인다는 것
밥벌이라는 것
허공에 번지기 시작한
색과
향기와 새소리를 들이키다 보면
견딜 수 없이 배고파지는 것
영혼의
숟가락질이라는 것
모든 절정은 혼신을 다하는 순간에 트인다는 것, 그러므로 진정한 아름다움 또한 절절한 허기로 내민 영혼의 숟가락 위에 얹히는 밥이다. 우리가 미처 그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은 언제나 충족된 자리에서 허기를 느낄 겨를도 없이 음식들을 받아먹어온 탓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저의 지독한 결핍을 채우려 한다면, 한껏 배고파서 내미는 절박한 숟가락질처럼 영혼의 간절한 구걸이 있어야 한다.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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