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목성이나 토성엔

푸른물 2008. 4. 24. 13:47

목성이나 토성엔 / 오세영(1942~)

 

새벽 산책길에서

살모사가 개구리 한 마리를 잡아

입에 삼키는 것을 보았다.

어제 저녁에 나도

꽁치 한 마리를 통째로 구워먹지 않았던가,

하나의 생명을 먹고 사는 다른 또 하나의 생명

죽은 자는 죽인 자의 어머니,

이 무참하게 저지른 죄를 씻기 위해 산 자는

식사 후 항상

물로

자신의 내장을 헹구어낸다

아무도 살지 않는 목성이나 토성엔

물도 필요 없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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