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반달 /윤국영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서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 일러스트=윤종태거의 국민가요라고 .. 동시 2008.06.05
나무속의 자동차-봄에서 겨울까지 나무속의 자동차-봄에서 겨울까지 /오규원 뿌리에서 나뭇잎까지 밤낮없이 물을 공급하는 나무 나무 속의 작고작은 식수 공급차들 뿌리 끝에서 지하수를 퍼 올려 물탱크 가득 채우고 뿌리로 줄기로 마지막 잎까지 꼬리를 물고 달리고 있는 나무 속의 그 작고작은 식수 공급차들 그 작은 차 한 대의 물탱.. 동시 2008.05.31
산너머 저쪽 산너머 저쪽/ 이문구 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1988) ▲ 일러스트 양혜원 이문구(1941~2003)는 본디 소설가다. 호는 명천(鳴川)이다. 오래 묵은 농경유림(農耕儒林)의 삶과 해체 위기에 놓인 농촌 현실을 걸쭉.. 동시 2008.05.31
꽃씨와 도둑 꽃씨와 도둑/피천득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1997) ▲ 일러스트 윤종태 이 시의 화자는 도둑이다. 도둑이란 초대받지 못한 자다.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방문은 그의 몫이다. 이 시의 화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가 방문한 집에는 훔.. 동시 2008.05.31
해바라기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퉁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슬이 내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 맞추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 시악시인데 사흘이 지나도 .. 동시 2008.05.27
퐁당퐁당 퐁당퐁당 / 윤석중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 멀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어 주어라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퍼질 대로 퍼져라 소년은 심심하다. 같이 놀 사람이 없다. 형은 두렵고 동생은.. 동시 2008.05.27
한밤중에 내 발을 덮어주시던 아버지 한밤중에 내 발을 덮어주시던 아버지 / 권영삼 담요 한 장 속에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누웠다. 한참 만에 아버지가 꿈쩍이며 뒤척이신다. 혼자 잠드는 게 미안해 나도 꼼지락 돌아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데 아버지는 가만히 일어나 내 발을 덮어주시고 다시 조용히 누우신다. 그냥 누워 있는 게 뭣해 나.. 동시 2008.05.27
감자꽃 감자꽃/ 권태응(1918~1951)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1948년) 막대기 들고는 막재기 들고는 무엇하나? 벼 멍석에 덤벼드는 닭을 쫓고 막대기 들고는 무엇하나? 양지쪽에 묶어 세워둔 참깨 털고 막대기 들고는 무엇하나.. 동시 2008.05.16
풀잎 2 풀잎 2 / 박성룡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 동시 2008.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