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예향의 도시 전주를 친구들과 여행하다 / 청 수

푸른물 2015. 9. 23. 09:26
예향의 도시 전주를 친구들과 여행하다 / 청 수 시와 판소리와 묵향의 향기를 맡을 줄 알았는데 지자제의 입맛에 따라 조성된 전통한옥 상가는 머리에 갓을 쓰고 양복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고 영화의 셋트장 같기도 하고 인형놀이, 소꿉놀이를 확대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전통한복을 빌려 입고 관광하는 젊은이들 때문에 그나마 생기가 돌아 다행이었네 관광객보다 많은 상점은 평일이라고는 하나 너무 한산해 보여서 내가 다 걱정을 했네. 전주한옥마을에는 옛날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흙담집. 돌담집들이 아기자기하게 이어져서 우리가 살았던 동네에 온 듯 정답게 느껴지고 고색창연(古色蒼然)한 이끼가 묻은 전동성당에선 순교자의 숭고한 믿음으로 경건해지고 향교에 들어서니 유생들의 글 배우던 모습이 궁금해졌는데 조선왕조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에는 고려를 멸망시킨 장군의 위엄보다는 섬세한 학자 같은 모습이어서 감회가 깊었네. 최명희 문학관을 들어서니 한눈에도 전주가 예향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는데 엄마가 차려준 밥상처럼 정갈하고 조촐하여 정감이 가고 동시대를 산, 같은 여성인 친근감 때문인지 애잔한 마음 대문인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한동안 앉아서 일대기를 보았는데 17년간 뼈를 깎는 인내와 고통으로 쓴 작품 ‘혼 불'은 작가의 피와 살로 써져서 작가를 병들게 하여 비교적 젊은 나이에 죽음에 이르게 하지 않았나 싶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치열하고 험난한 길인지를 보았네. 음식을 무엇을 먹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먹는 것이고 여행을 어디를 가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가는 것이라는 것을 이번여행을 통해서도 다시 느꼈네 전주여행을 가면서 오면서 친구와 함께 나눈 언어의 알곡들이 나의 영혼의 양식을 살찌우게 해서 아름다운 글로 씌어 지길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