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 읽기

늙는 것의 서러움 ―마광수

푸른물 2015. 5. 13. 03:42

늙는 것의 서러움 ―마광수(1951∼ )

어렸을 때 버스를 타면 길가의 집들이 지나가고
버스는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어렸을 때 물가에 서면 물은 가만히 있고
내가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지금 버스를 타면 집들은 가만히 있고
나만 달려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 물가에 서면 나는 가만히 있고
강물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