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젓가락의 고민 / 청 수

푸른물 2014. 7. 14. 17:41

젓가락의 고민 / 청 수
어느 날 신문지 밥상에 놓인 것은
물에 말은 밥 한 공기와 김치 한 접시
일하러 나온 젓가락이 좋아하네
어디로 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하지 않아도 되어서였네.
그러나 젓가락이 같은 일을 하다 보니
갑자기 지루한 생각이 들었네
그래서 언젠가 만났던 친구들이 생각났네
너무 일이 많아서 힘들다고 투덜대던
친구들이 오늘따라 부러워졌네.
요즘 시대의 추세가 아무리 가난한 밥상이라도
게으르고 약한 주인을 잘못 만나서
그나마 일거리가 영영 없어지게 될까 봐
주인 잃은 강아지 신세가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오늘따라 젓가락의 고민이 많아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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