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배추 캐어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을 맞게 하고,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19세기에 쓴 `농가월령가`에는 김장과 관련된 구절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동치미, 장아찌 등을 만들어 왔다.
추운 겨울을 든든하게 해줄 김치를 담그는 김장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김장 시기는 서울과 대전이 이달 말, 대구 광주 등 남부지방은 12월 초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순 이후 출하되는 배추가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11월 말부터 기온이 4도 이하로 떨어져 유산균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김장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특별한 `노하우`가 없더라도 몇 가지 과학적 사실만 알면 아삭아삭하고 입안에서 달콤한 맛이 퍼져 나가는 김치를 만들 수 있다. 김치 맛의 비밀은 유산균이 쥐고 있어서다.
김장은 배추에 소금을 넣어 절이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배추에 묻어 있던 세균을 죽이고 수분을 빼내기 위해서다. 소금이 묻은 배추의 겉부분은 안쪽보다 농도가 높아진다. 이때 농도가 낮은 배추 속 세포의 물이 농도가 높은 외부로 배출되는 `원형질 분리`가 일어난다. 소금에 절이지 않고 김장을 담그면 배추 속에 있던 물이 흘러나와 양념이 배추 속으로 스며들지 못해 김치의 깊은 맛이 사라진다.
김태운 세계김치연구소 미래기술연구단장은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에서 수분이 배출되고 유산균을 제외한 미생물이 거의 없어진다" 고 설명했다.
유산균은 염분에도 잘 견디는 `내염성 세균`이라 소금에 닿아도 쉽게 죽지 않는다.
하루 정도 숨을 죽인 배추를 물로 깨끗이 씻은 뒤에 갖은 양념을 넣고 버무린 김치 소를 넣어준다. 소금에 절인 뒤 배추 세포에서 물이 빠져나와 생긴 구멍으로 양념이 들어가면서 유산균이 만들어진다. 이때 고춧가루, 마늘, 파 등에 붙어 있던 세균이 다시 배추에 달라붙는데 유산균이 아닌 세균이 많을수록 김치의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기와의 접촉을 줄여 유산균의 증식을 꾀하는 `발효` 과정을 거친다.
유산균은 `혐기성`이라 산소를 싫어하는 반면, 그 외의 세균들은 산소와 만나면 번식력이 강해지는 `호기성`이다. 소를 채운 김장김치를 보관용기에 넣고 꼭꼭 눌러주며 산소와의 접촉을 없애야 유산균은 살고 호기성 세균의 수는 줄어든다.
유산균이라고 해서 모두 김치의 맛을 좋게 하는 것은 아니다. 김치에서 번식하는 유산균은 크게 `류코노스톡`과 `락토바실러스`로 나뉜다. 류코노스톡은 2000년 인하대 미생물학과 한홍의 명예교수가 김치에서 발견한 토종 유산균으로 탄산가스를 만들어내는 특성을 갖고 있어 신맛을 줄여줄 뿐 아니라 감칠맛을 높여준다. 하지만 락토바실러스는 탄산가스를 만들지 못해 강한 신맛을 낸다. 류코노스톡 유산균을 늘려야 새콤하고 시원한 김치 맛을 즐길 수 있다.
류코노스톡과 락토바실러스 번식의 핵심은 온도다. 류코노스톡은 3~4도 정도 되는 저온에서 번식력이 강해지는 반면 락토바실러스는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활발하게 수가 증가한다.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김치가 맛이 좋은 이유는 김치냉장고의 온도가 저온에서 유지돼 류코노스톡 유산균의 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김태운 단장은 "김치냉장고가 없더라도 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하면서 문을 여닫는 횟수를 줄여 온도를 저온으로 유지하면 류코노스톡 수가 많아진다"며 "공기와의 접촉을 줄이고 저온에서 보관하는 것이 김치 맛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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