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볼일 없어도 가보고 싶네… 수락산 '달팽이 화장실' 大賞남양주=권상은 기

푸른물 2010. 10. 22. 03:59

볼일 없어도 가보고 싶네… 수락산 '달팽이 화장실' 大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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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0.20 03:01

제12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35개 화장실 선정
유리천장엔 태양전지판 세면대 물, 변기에 재활용… 에너지 절약에도 '으뜸'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수락산유원지 입구 주차장에는 눈길을 잡아끄는 건물이 있다. 둥근 껍질 모양의 대형 유리창에다 튀어나온 눈 2개가 달팽이처럼 생겼다. 달팽이의 눈은 밤에는 12가지 색깔 조명을 연출한다. 입구에는 작은 연못과 분수도 있다. 언뜻 관광안내소처럼 보이지만 이 건물은 공중화장실이다. '달팽이 화장실'은 조선일보와 행정안전부,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제12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 선정됐다.

올해‘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 선정된 경기 남양주시 수락산유원지 입구의‘달팽이 화장실’. 튀어나온 두개의 눈과 둥근 몸체가 달팽이를 연상시키는 이 화장실은 수락산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권상은 기자 sekwon@chosun.com
올 3월부터 개방한 달팽이 화장실은 남양주시가 처음부터 이색·명품 화장실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만들었다. 2008년 9월 수락산 등 주변 경관과 어울리고 화장실의 기능도 충실하게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을 공모했다.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된 달팽이 화장실은 HUA건축사사무소가 설계했고, 자연과의 조화와 동심을 표현했다. 건축비는 6억6000만원을 들였다.

달팽이 화장실은 시설면적이 132㎡(약 40평)에 불과하다. 그러나 멋진 외관만큼이나 내부를 알차게 꾸몄다. 3개 층으로 나눠, 1층에는 장애인·노약자용 화장실을 배치했다. 버튼을 누르면 열리는 자동문과 비상 호출기도 설치했다. 2층 일반 화장실은 여자 화장실(32㎡)에 남자 화장실(17㎡)보다 공간과 시설을 더 많이 배려했다. 유아용 변기·세면기, 파우더룸, 모유 수유실도 만들었다. 남자·여자 화장실 모두에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했다.

金賞경기 고양시 일산역 화장실.
특히 3층 옥상전망대는 다른 화장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이다. 수락산 경치도 즐기고, 자전거 발전기 3대의 페달을 밟으며 휴대폰 충전도 할 수 있다. 유리 천장에는 태양전지판을 붙여 태양광 발전을 한다. 세면대에서 사용한 수돗물을 모아 변기 세척에 재활용하고, LED 조명을 설치했다. 남양주시는 "달팽이가 청정환경을 상징하듯 에너지 절약과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도 기여하는 화장실"이라고 설명했다.

등산객 김유근(36)씨는 "야외에 있는 공중 화장실은 지저분하기 마련이지만 깔끔하게 잘 관리돼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 화장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개방된다. 매일 3번 이상 위탁관리업체가 위생 상태나 비품을 점검해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적용해 실내 온도도 자동 조절하고 화재 경보 시스템도 갖췄다.

金賞제주도 천지연 화장실.
달팽이 화장실은 "내부 디자인, 각종 변기류와 편의시설들이 모두 충분하며, 수자원과 전기 절약에도 기여하고 있는 아름다운 화장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는 대상을 비롯해 금상·은상·동상·특별상 등 모두 35개 화장실이 선정됐다. 금상에 뽑힌 경기 고양시 일산역 화장실은 넓은 공간과 산뜻한 내부 디자인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제주도 천지연화장실은 하루 5000여명이 이용하는 대형 화장실이지만 공간을 효과적으로 분리해 잘 관리하고 있다. 은상에는 서울 경복궁 주차장, 전남 여수 웅천해변공원, 경북 상주 갑장산 화장실이 선정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조의현 한국화장실연구소 소장은 "과거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영남과 호남지역 화장실이 양과 질에서 성장을 하는 등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절수형 변기나 물 안 쓰는 소변기, 중수 시스템, LED 조명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한 노력과 위생관리 강화가 눈에 띄고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5일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