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승 순간 김광현이 90도로 절한 포수 … 박경완입니다

푸른물 2010. 10. 22. 03:43

우승 순간 김광현이 90도로 절한 포수 … 박경완입니다

입력 2010.10.21 00:28수정 2010.10.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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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전력의 절반’이라 불리는 SK 포수 박경완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공격과 수비에서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사진은 지난해 정규 시즌 두산전에서 2루에 송구하는 박경완. [중앙포토]
2010년 한국시리즈(KS) 우승 세리머니는 조금 특별했다. 최고의 순간, 서로 얼싸안고 흥분하게 마련인데 19일 대구구장 마운드에는 잠깐 동안이지만 약간의 경건함마저 느껴졌다. 마무리 투수로 나온 SK 김광현(22) 은 삼성의 마지막 타자 현재윤을 삼진으로 잡은 뒤 모자를 벗고 허리를 90도로 숙여 포수 박경완(38)에게 인사를 했다. 두 팔을 벌리고 마운드로 달려나오는 박경완에게 먼저 고마움을 표한 것이다.

 그런 뒤에야 김광현은 선수단과 하나가 되어 우승 여흥을 즐겼다. 팀 내에서 박경완이 어떤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박경완은 KS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박정권과 결선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38로 졌다. 박경완은 늘 그렇다. 자신은 져도 동료를 이기게 만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 포수다.

 한국시리즈 일등공신은 정규시즌과 마찬가지로 박경완이었다. 1차전 초구부터 4차전 마지막 공을 받아낼 때까지 한 치 오차도 없었다. 당연히 안타를 맞을 때도 있지만 과정은 늘 합리적이었고 최선이었다. 삼성 타선을 침묵시킨 SK의 환상 계투진 뒤에는 영리하고 희생적인 박경완이 있었다.

 김성근 SK 감독도 시리즈 우승 뒤 “내가 보기엔 박경완이 시리즈 MVP다”고 극찬했다. 선수를 강하게만 몰아붙이고, 참모조차 좀처럼 믿지 않는 김 감독이지만 박경완에게만은 다르다. 삼성 양준혁은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적절한 유인구를 요구하는 박경완의 리드에 삼성의 젊은 선수들이 당했다”며 아쉬워했다.

 하일성 KBS N 해설위원은 “박경완의 뛰어난 점은 심리싸움에서 늘 앞서간다는 것이다. 상대 타자 움직임을 보고 서두른다고 판단하면 유인구를, 기다린다고 판단하면 빠른 승부로 우위를 점한다. 투수에게는 가장 자신 있는 공을 요구해 제구에 안정감을 갖도록 유도한다. 그러니 투수들이 항상 좋은 공을 던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SK의 우승 순간 투수 김광현이 허리를 숙여 포수 박경완에게 인사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박경완은 타석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2차전 쐐기 홈런을 쳤고 4차전에서는 좌측 2루타로 쐐기 타점을 올렸다. 시리즈 타율 0.231에 그쳐 MVP를 놓쳤지만 내용에서는 박정권 못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