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뒤에야 김광현은 선수단과 하나가 되어 우승 여흥을 즐겼다. 팀 내에서 박경완이 어떤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박경완은 KS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박정권과 결선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38로 졌다. 박경완은 늘 그렇다. 자신은 져도 동료를 이기게 만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 포수다.
한국시리즈 일등공신은 정규시즌과 마찬가지로 박경완이었다. 1차전 초구부터 4차전 마지막 공을 받아낼 때까지 한 치 오차도 없었다. 당연히 안타를 맞을 때도 있지만 과정은 늘 합리적이었고 최선이었다. 삼성 타선을 침묵시킨 SK의 환상 계투진 뒤에는 영리하고 희생적인 박경완이 있었다.
김성근 SK 감독도 시리즈 우승 뒤 “내가 보기엔 박경완이 시리즈 MVP다”고 극찬했다. 선수를 강하게만 몰아붙이고, 참모조차 좀처럼 믿지 않는 김 감독이지만 박경완에게만은 다르다. 삼성 양준혁은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적절한 유인구를 요구하는 박경완의 리드에 삼성의 젊은 선수들이 당했다”며 아쉬워했다.
하일성 KBS N 해설위원은 “박경완의 뛰어난 점은 심리싸움에서 늘 앞서간다는 것이다. 상대 타자 움직임을 보고 서두른다고 판단하면 유인구를, 기다린다고 판단하면 빠른 승부로 우위를 점한다. 투수에게는 가장 자신 있는 공을 요구해 제구에 안정감을 갖도록 유도한다. 그러니 투수들이 항상 좋은 공을 던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