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앱(APP)과 웹(WEB)이 '의식의 지도'를 바꾼다
직업군 같아도 이념 성향 제각각인 시대
사이버 여론 주도층 1% 불과 '시민 권력' 기대는 성급해
국토해양부 국정감사가 열리던 지난 7일 정오, '4대강 반대' 의병대장 격인 민주당 모 의원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수자원공사의 재정악화가 초래할 가능한 시나리오 5개로, 그중 두개는 '물값 오른다'였다. '4대강은 곧 물값 인상'이란 그 단문(短文)은 팔로어 1만여명에게 즉시 전파되었다.트위터를 포함한 소셜네트워크 이용자가 곧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소셜네트워크는 소통 부재의 한국 사회에 혁명을 몰고 왔다. 계층·학력·세대를 가로지르는 대화와 토론의 장이 열린 것이다. 시민들은 수천, 수만 명과 함께 사이버 공간에서 제조한 쟁점·의견·가치관을 들고 현실세계로 나온다. 마치 아바타의 언행이 거꾸로 주인에게 영향을 미치듯이 말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그런 세계로 진입했다.
평범한 가정주부 L씨(56세). 타자수 출신인 그녀는 일찌감치 컴퓨터 자판에 적응했다. 그녀는 아침에 남편과 아이들을 내보내고 집안일을 끝내고 나면 인터넷에 접속한다. 매일 출석부를 끊는 곳은 여성 커뮤니티인 '미즈넷'. 경상도 종갓집 맏며느리인 그녀에게 '며느리 희로애락'은 빠뜨려서는 안 될 수다방이고, '미즈쿡'은 제사 음식에 쓸 새로운 레시피들이 가득한 정보통이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있을 때에는 아고라에도 들어간다. 토론방에 열심히 댓글을 다는 열혈 네티즌들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 ▲ 그래픽=김현지 기자 gee@chosun.com
가치관과 의식 형성에서 그동안 소득과 직업을 결정하는 학력의 효과는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엔 사정이 달라졌다. 고학력자들의 사회의식과 이념성향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MBA 학위가 있고 여의도 금융회사의 차장인 K씨(41세)는 직장일이 너무 바빠 신문 보기도 힘들다. 최근 그는 트위터와 인터넷 포털에 재미를 붙였다. 인터넷 카페에서 여행과 영화정보를 자주 얻어왔던 그는 쌍방적이고 즉각적인 반론이 가능한 트위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트위터에는 일반인, 기자, 정치인, CEO, 교수, 직장인 모두 들어오잖아요. 얘기가 서로 되더라고요." "말도 하기 싫어요." 그는 현 정권에 대해 딱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