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법 뜬다는데…
중1 박상준(13·경기도 화성)군은 요즘 부쩍 혼자 공부하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 학원을 네댓 군데 다니며 전적으로 의지하던 그였다. 하지만 공부습관을 잡아준다는 프로그램을 신청한 뒤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감이 잡혔다. 공부하다가 문득 난감한 순간이 닥칠 때마다 공부습관 트레이너에게 방해요소(컴퓨터, TV 등)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방법 등을 물었다. 덕분에 늘 방해요소 앞에서 좌절했던 습관을 극복하고 집에서도 혼자 공부할 수 있게 됐다. 박군은 "성적은 공부 습관에 따라 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중2 김지현(14·서울 송파구)양 역시 공부법을 배운 뒤로 공부하는 데 탄력이 붙었다. 지금껏 사교육을 한번도 받지 않았던 그는 "학원에 의지하지 않고 인터넷 강의를 활용해 혼자 공부하고 있지만 과연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불안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양은 늘 애를 먹였던 영어 단어 외우는 방법과 필기하는 법 등을 배워 고민을 떨칠 수 있었다. "요즘은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대세예요.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일찍부터 제대로 된 공부법을 배워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 ▲ 지난 9월 9일 열린 '진짜 공부 잘하는 법' 무료 강연회 모습 /이경민 조선 영상미디어 인턴기자
몇 년 전부터 자기주도학습이 주목을 받으면서 자기주도학습법을 배우려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 자기주도학습이란 학생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공부를 하는 학습과정을 말한다. 학습계획도구인 스터디 플래너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 TMD 교육그룹 고봉익 대표는 "남에 의해서 하는 공부가 통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대세인 시대"라고 강조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비싼 학원비나 과외비를 들이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법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전문가들은 자기주도학습법을 배우려는 열풍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반응이다. 고 대표는 "공부를 가르치기만 하는 인지교육보다는 습관을 변화시키는 행동교육이 더 큰 성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공부법을 배워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1~고2 학생을 대상으로 공부습관과 성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자료를 들면서 "연구 결과 상위 20% 학생들이 하위 20%와 달랐던 것은 지능이나 학습량이 아니라 바로 공부습관이었다"고 설명했다.
청심국제고 김종권 교사는 "요즘 들어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이나, 공부 습관을 물어보는 학생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인강을 들으며 자기주도적으로 혼자 공부해보려는 경향도 예전보다 흔해졌다고 한다. 공부에 열의는 있지만 공부법을 몰라 능률이 안 오르는 학생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는 잠신고 주혜연 교사는 "각 과목별로 효과적인 공부방법이 따로 있듯이 공부도 제대로 된 방법을 배워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자기주도학습법 강좌 인기
자기주도학습법을 배우려는 열풍이 불면서 자기주도학습법을 가르쳐주는 학습 캠프나 트레이닝 강좌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그램은 대개 학생 개인별 학습 습관을 분석하고 과목별 공부하는 방법을 찾아주는 것으로 꾸며진다. 공부습관 트레이너들이 학생 개인별 공부 습관을 점검해 조언을 해주거나 궁금해하는 질문에 효과적인 공부법을 찾아주는 형태다. 공부습관 트레이너로 활동중인 민지은(23·경희대 4)씨는 "평소 공부습관을 올바르게 잡아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효율적인 공부법을 몰라 재수를 했다는 최길성(20·한국교원대 1) 트레이너는 "공부법에 따라 성적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고 귀띔했다.
지난 겨울방학 때 자기주도학습 캠프를 다녀온 이후로 줄곧 혼자 공부하고 있는 김현수(15·서울 관악구)군은 "공부법을 배운 덕택에 이번 여름방학 때는 어영부영 때우지 않고 계획한 대로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 실천하려는 강한 의지와 적절한 시기가 전제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의 자아관과 습관이 형성되는 결정적인 시기가 대부분 중학교, 빠르면 초등 5~6학년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 ▲ 조선일보 교육미디어 주최 '21일 공부습관 트레이닝' 강사가 수강생을 지도하고 있다. / 이경민 조선영상미디어 인턴기자
엄마도 공부 삼매경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엄마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자기주도학습법을 배우려는 학부모들도 늘었다. 자기주도학습법 강좌에 참석한 주부 박현선(35·서울 강남구)씨는 "초3,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에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일찍부터 들여주고 싶어 찾아왔다"고 밝혔다. 고1 딸을 둔 노순복(45·경기도 구리)씨는 "자기주도학습법이란 단어가 유행해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1과 초4 두 아들을 둔 박은희(45·서울 강남구)씨는 "앞으로 점점 더 자기주도적학습법이 각광을 받을 것 같아 미리 트렌드를 알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엄마만큼 최고의 선생님은 없기 때문에 아이가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까지 옆에서 도와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적극적으로 자기주도학습지도사 교육과정을 이수중인 엄마들도 있다. 주부 이남주(43·인천 중구)씨는 학습법을 배운 뒤 자녀의 교육을 학원에만 의지하던 습관을 버렸다. "저 자신이 먼저 잘 알아야 아이들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제는 효율적으로 시키지 못하고 무조건 학원에 의존하는 주변 엄마들이 안타까울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