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연구서 낸 박재선 前 駐모로코 대사
"남이 안 하려고 하는 것도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아"
"유대인은 '왕따'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남이 안 하는 걸 하고 주위에서도 그걸 지원해 주지요. 덕분에 민주주의, 자본주의, 세계화란 개념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종두와 소아마비 백신, 살바르산(Salvarsan·매독 특효약)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독창성을 중시하는 노벨상을 휩쓰는 건 물론이고, 지금은 미국을 지배하는 엘리트로 올라섰지요."32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2006년 정년퇴임한 박재선(朴宰善·64) 전 주(駐)모로코 대사가 '세계를 지배하는 유대인 파워'(해누리)를 펴냈다. 현역 외교관 시절 출간했던 '세계사의 주역 유대인'(1999) '제2의 가나안 유대인의 미국'(2006) 이후 세 번째로 유대인을 다룬 책이다.
- ▲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1970년대 초 파리 유학 시절, 유대인 밀집구역에 살면서 시커먼 옷을 입고 수염을 길게 기른 유대인 근본주의자를 봤어요. 그간 관심을 갖고 공부했던 유랑민족 중에 세계를 지배하는 '왕'이 된 건 통틀어 1500만명도 안 되는 유대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박씨는 40년 가까운 세월을 각국 벼룩시장까지 뒤지며 유대인 자료를 구해 읽었다. 외교관이 된 뒤에는 유대인 마을에서 유대인 친구와 지내며 생활습관을 지켜봤다.
우수한 두뇌와 교육열 등 공통점도 많지만 박씨가 꼽는 유대인과 한국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른 사회에 대한 관심'이었다. "한국인은 남의 일에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유대인은 그들이 적의(敵意)를 느낄 만한 모임에도 일부러 참여해 열심히 활동해요. 주류 사회를 장악해서 얻은 영향력을 자자손손 물려주기 위해서지요. 구두쇠로 소문난 그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미국 사회에 기부하는지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씨는 결정적일 때 뭉치는 유대인의 '애국심'에도 놀랐다고 했다. 1973년 9월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프랑스 국적을 가진 기숙사 룸메이트가 갑자기 이스라엘에 간다고 했다. 조국에 전쟁 기운이 있어 자원입대한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그 친구가 '살아 돌아오면 다행이니 그때 보자'며 씩 웃는데 소름이 끼쳤어요."
박재선씨는 "우리의 과제인 세계화를 제대로 하려면 말로만 글로벌을 외치지 말고 유대인의 묘리(妙理)를 배워야 한다"며 "그들의 현실감각을 잘 따라 익혀서 유대인 못지않은 세계의 엘리트로 발돋움하는 길을 찾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