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金麟厚(김인후)
半樹惟存骨(반수유존골) : 절반만 산 나무, 뼈대만 앙상한데
風霆不復憂(풍운불부우) : 바람 소리 천둥 소리도 근심하지 않는다
三春何事業(삼춘하사업) : 화사한 봄 석 달을 무슨 일 하는지
獨立任榮枯(독립임영고) : 영고성쇠 다 맡기고 홀로 서있구나
<감상1>-오세주
기구를 보자
半樹惟存骨(반수유존골) : 절반만 산 나무, 뼈대만 앙상한데
작가의 눈에 나무 하나가 들어왔다.
나무의 절반(半樹)이 다 죽어 잎이 돋지 않아서
오직(惟)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存骨) 나무다.
왜 나무는 절반이나 말라 죽어있는 것일까
그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수령이 너무 오래된 나무일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땅이 척박해져서 죽어가는 나무일 수도 있다.
또는 나무꾼이 가지와 뿌리를 짤라버린 나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송충이의 공격을 밭았거나
전염병 걸려 말라죽어가는 나무일 수도 있다.
여기서는, 절반 말라 죽은 나무와
그것을 보고 있는 작자가 이루는 하나의 상황이 조성되었다
승구를 보자
風霆不復憂(풍운불부우) : 바람 소리 천둥 소리도 근심하지 않는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온다.
갑자기 천둥도 울린다. 지축을 흔드는 소리다.
그러나 이 나무는 바람소리(風)에 두려워 떠는 나뭇잎 소리도 없다.
천둥소리(霆)에 무서워하는 가지의 흔들림도 없다.
그저 의연하게 제자리에 서 있다.
바람 부는대로 다 맞고, 비 오는 대로 다 젖는다.
천둥이고 번개고 오는대로 다 듣고 다본다.
그 무엇에도 다시(復) 근심하거나(憂) 동요함이 없어보인다
여기서는 이미 작자의 감정이 이입되고 있다
실제 나무가 그러한 것을 느낄 리가 없는 것이다.
작자가 그 나무를 그렇게 본 것이다
작가는 생각한다.
"반신불수 상태로 있는 그 나무는
바로 그 나무가 반신술수 상태로 되게한 그 일을 겪고서 더욱 강해져 있다"고 말이다.
여기서 이미 반신불수로 된 그 나무는 작가에게는 나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즉 "여러 가지 경험과 어려움을 겪은 늙은 사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바람과 천등 그리고 반신불수 상태의 나무에 대한
작가의 느낌을 적어 기구에서 제시한 나무의 속성을 더욱 자세히 적고 있다
전구를 보자
三春何事業(삼춘하사업) : 화사한 봄 석 달을 무슨 일 하는지
그리고는 문득 하나의 의문을 제시한다.
누구의 어떠한 내용의 의문일까.
문면으로는 자문 자답의 의문형식으로 표현되었으나
내면적으로는 일반 사람의 의문을 나타낸다
그 의문의 내용은, “봄 석달 동안 저 반신불수의 나무는 무슨 일을 할까”이다.
사람들은 궁금할 것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화사한 봄날, 저 나무는 저러한 몸 상태로 무엇을 할까,
아니,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이다.
차라리 완전히 죽어버리거나,
사람들이 잘라다가 불쏘시개라도 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묻는 것이다.
여기에서 하나의 의론이 발생한다.
곧 "죽어가는 나무의 존재가치"에 대한 의론이 일어난다.
하나의 장면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결구를 보자
獨立任榮枯(독립임영고) : 영고성쇠 다 맡기고 홀로 서있구나
여기서 작가는 나무에 대한 단호한 판단과 입장을 제시한다
늙고 죽어가는 나무는 새 잎을 피울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홀로(獨) 제 자리에 서서(立)
"처음 가진 뜻과 마지막 소임을 다하려고 꿋꿋히 서있다(立)"고 말이다
자신의 평생의 노력이 성공을 할런지 실패하여 말라 죽을런지 몰라도
자기의 운명을 천명에 맡긴채로 끝까지 자신의 뿌리를 땅에 내리고
비바람 천둥소리도 두려워하지 않고 외로이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여기서는, 젊어서 큰 뜻을 가진 사람이
험한 세상 풍파에 몸이 꺾이고 병들어도
꿋꿋이 이겨내고 끝까지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 있는 늙은 선비의 모습을
반신불수의 나무로 그려내고 있다.
물론 여기서 관점을 달리하면
전구,“三春何事業”을 “춘삼월에 무슨 일을 하였는지”
결구,“獨立任榮枯”를 “영고를 운명에 맡기고 홀로 서있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뜻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춘삼월 젊은 시절에 사람들이 모르는 큰 뜻을 품고,
중도에 치명적인 좌절을 겪고서도
늙어 병든 지금까지도 일의 성패는 하늘에 맡기고
외로이 혼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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