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강설(江雪)은
강 위에 내리는 눈, 또는 강 위에 내린 눈,
강과 눈 쯤으로 번역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천산조비절
천산은 많은 산, 주변의 모든 산을 뜻하며,
조비절은 날아다니는 새가 없음을 말합니다.
만경인종멸
만경은 윗 구절의 천산과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많은 길, 모든 길을 뜻하며,
인종은 사람의 자취이니까
인종멸은 전혀 사람이 나다니지 아니함을 말합니다.
고주사립옹
고주는 외로운 배인데, 외롭다 함은
여러 척이 아닌 한 척의 배이기 때문입니다.
사립은 도롱이와 삿갓입니다.
도롱이는 몸에 걸치는 것이고 삿갓은 머리에 쓰는 것입니다.
강에는 한 척 배가 떠 있고
그 배 위에 노인 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립옹, 도롱이와 삿갓 차림을 한 노인네입니다.
독조한강설
그 노인이 독조, 홀로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한강설, 눈이 내리는 차가운 겨울 강 위에서
낚시를 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이 구절을
홀로 겨울강의 눈을 낚고 있네
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어느 번역이 맞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이 시는 한 폭 그림같기는 합니다만,
정확한 그림을 그려보기는 참 어렵습니다.
시를 짓는 시점, 그 현재
눈이 오고 있는지, 아니면 눈이 그쳤는지
분명하지가 않습니다.
앞 두 구절이 '고요함'을 뜻하고
뒤 두 구절이 '움직임'을 뜻한다면
시를 짓는 현재는
눈이 그치고 약간 밝은 분위기라야 합니다.
그래야 제 삼자의 눈에
산새도 없고 인적도 없는 적막한 주변환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또한 멀리 강 위에 한 척 배와
그 배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노인이 보이는 것입니다.
한편,
그 노인이 바로 지은이 자신이라면
눈송이가 어느 정도 펄펄 날리고 있어도 무방합니다.
눈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면
날씨가 좀 어두울 것입니다.
노인이 볼 수 있는 가시거리가 별로 멀지 않을 것입니다.
산새도 인적도 없는 배경은
그래서 노인의 시야 안에 한정된 것이거나
노인의 생각 속에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눈 내리는 겨울 강'이라고 일단 번역을 했습니다만,
'눈이 현재 내리는 것인지'
'눈이 내리다가 현재는 멈춘 것인지'
정확한 뜻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림 그리기는
이것이 분명히 파악되어야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