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에게 생활불교를 묻다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은 “십선(十善) 운동을 펴고 있다. 가령 ‘살생을 하지 말라’는 계율에 그치지 않고 ‘죽어가는 모든 생명을 살리자’는 실천적 신앙운동”이라고 말했다. [금강신문 제공] | |
-천태종의 정체성은 뭔가.
“천태종은 ‘생활 속의 수행’에 방점을 찍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천태종 사찰은 주로 도심 속에 있다. 신도들은 직장에 다니면서도 밤에 절에 와서 수행을 하고, 기도를 한다. 여름과 겨울에는 재가자도 안거에 참여한다.”
-출가자와 똑같이 안거를 하나.
“그렇다. 천태종의 안거 제도는 승(僧)과 속(俗), 사부대중이 함께 한다. 여름과 겨울, 한 달씩 들어와 수행을 한다. 천태종은 그걸 종단 차원에서 제도화했다. 그러고 보니 마침 8일이 하안거 해제일이다. 이번 하안거에는 단양 구인사(천태종 총본산)에만 1100명의 재가자가 들어와 참여했다.”(천태종의 재가불자 안거 제도는 1964년부터 시작됐다. 올 여름 안거가 99회째였다.)
-안거 때 수행은 어떤 식으로 하나.
“‘관세음보살’을 계속 호명하는 염불선을 한다. 밤 10시부터 새벽 3시30분까지 관음기도에 주력한다. 오후에는 자유시간도 갖는다. 통상 네 시간 정도 잔다. 낮에는 텃밭도 가꾸고, 고추를 말리는 울력도 한다. 천태종에선 그걸 ‘주경야선(晝耕夜禪·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참선함)’이라고 부른다. 백장 선사의 선농일치(禪農一致) 전통을 잇는 거다.”
-안거를 마친 재가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모든 중생이 성불할 수 있는 근기(根機)를 가지고 있다. 그 근기를 살리려면 수행이 필요하다. 그래서 재가자의 안거를 제도화했다. 안거를 경험한 사람들은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졌다’‘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기도를 하면서 마음을 비우기 때문이다. 집착을 비우고 욕심을 비울 때 자신감도 생기고, 기쁨도 생긴다.”
-‘관세음보살’을 외는 것 으로 수행이 되나.
“관음기도를 계속 하다 보면 ‘관세음보살’이란 소리마저 끊어질 수 있다. 그때 청정한 자기 마음을 내다볼 수 있다. 그래서 천태종은 ‘관음기도 백만독(百萬讀) 운동’을 펴고 있다. 하루 6시간씩 ‘관세음보살’을 염할 경우 꼬박 100일이 걸린다.”
-‘관음기도 100만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물론 그건 관세음보살을 100만 번 염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저는 흰 백(白), 찰 만(滿)자를 써서 ‘백만독(白滿讀)’이라고 부른다. 모두를 비운 곳(白)에 모두가 찬다(滿). 그래서 비움과 채움이 하나인 거다.”
-생활불교·실천불교를 표방한다고 했다. 일상 속에선 어떻게 실천하나.
“불교에는 십계(十戒·열 가지 계율)가 있다. 살생을 하지 말라, 남의 것을 훔치지 말라, 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 거짓된 말을 하지 말라, 탐내는 마음을 버리라, 화내는 마음을 버리라, 삿된 견해를 버리라 등이다. 그걸 실천하는 ‘십선(十善)운동’을 펴고 있다.”
-단순히 계율을 지키는 건가.
“아니다. 계율을 지키는 소극적 신앙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이웃 속에서 실천하는 적극적 신앙이다. 그래서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에 그치지 말고 ‘생명을 죽이지 않는 것은 물론 죽어가는 모든 생명을 살리라’는 게 십선 운동이다. 그러니 사선(死禪·죽은 선)이 아니라 활선(活禪·살아 있는 선)이다.”
- 그럼 ‘남의 것을 훔치지 말라’는 계율은 어떻게 실천하나.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베푸는 삶을 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종단에서 ‘십선 실천 수첩’을 만들었다. 그걸 보며 매일 자신의 일상을 체크한다.”
-천태종은 북한의 개성 영통사를 복원했다. 남북 불교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천안함 사건 이후 영통사에는 못 가고 있다. 북측의 조선불교도연맹과 전문은 계속 주고받는다. 최근 ‘수해 피해가 어느 정도냐. 수재의연금을 보내려고 한다’고 했더니 ‘보내달라’고 답이 왔다. 그래서 통일부와 협의 중이다. 남북 불교 교류가 정부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다만 종교인의 입장에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은 상시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백성호 기자
◆천태종=1400여 년 전 중국 수나라 지자대사(智者大師)가 선(禪)과 교(敎)를 통합해 만든 종파. 국내에선 고려 대각국사 의천(1055~1101) 스님이 1097년 설립했다. 조선 시대 억불정책에 따라 맥이 끊겼다가 상월 원각 스님이 1960년대 중반 구인사에서 재건했다. 소의(근본) 경전은 ‘법화경’이다. 조계종은 ‘금강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