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없는 하늘’ - 최종천 (1954~ )

푸른물 2010. 9. 7. 06:30

없는 하늘’ - 최종천 (1954~ )

새는 새장 안에 갇히자마자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이제까지 새는

의미가 아니어도 노래했지만

의미가 있어야 노래한다

하늘과는 격리된 날개

낱알의 의미를 쪼아보는 부리

새의 안은 의미로 가득하다

새는 무겁다

건강한 날개로도

날 수가 없게 되었다

주저앉은 하늘 아래에서

욕망을 지고 나르는

인간의 등이 휘어진다



최종천은 노동자 시인이다. 노동현장에서 노동의 일상적 성찰들을 언어로 ‘주워냄’으로써 우리에게 인간적 가치를, 또는 삶이 노동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우리가 노동함으로 인간임을, 가치 있음을, 의미 있음을 이해케 한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때에야말로 시의 밀도 높은 언어는 빛 번뜩이는 무기가 되어, 노동의 눈물 속에서 꿈의 뼈 혹은 삶의 논리를 일어서게 하는 것이다. 당신이 오늘 아침에도 가고 있을, 어쩌면 ‘지겨울’ 일터, 그러나 그곳은 당신으로 하여금 의미의 노래를 시작하게 하는 아름다운 ‘새장’인 것이다. <강은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