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메르세데스 소사 - 1 - 구광렬(1956~ )

푸른물 2010. 9. 7. 06:56
메르세데스 소사 - 1 - 구광렬(1956~ )

지구 반대편 구석에서 노래 한 줄로 깨달았습니다

구석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건만 세상은

구석을 향해 닫혀 있다는 걸

세상 힘든 것들 구석으로 몰리건만

묵묵히 구석은 그 어깨들을 받쳐준다는 걸

수평선에도 구석이 있고

그 면도날같은 파도의 한 줄 구석에도

등짝을 곧게 펴는 고기들이 산다는 걸

갈대의 울부짖음을,

못에 박힌 빈 바가지의 달가닥거림을,

구석에서 태어난 바람은

입이 꽉 틀어막힌 것들을 대신해 소릴 내 준다는 걸

그 바람 앞에선

작고 낮을수록 더 떳떳할 수 있다는 걸



이런 아침엔 노래 한 자락 듣고 싶다. 그 노래가 아르헨티나 저항가수 메르세데스 소사의 노래라도 좋고 포르투갈의 저항노래 파두라도 좋다. 브람스라도, 모차르트라도 좋다. 좋은 노래는 우리에게 전율을 준다. 살이란 살 모두 오그라드는 듯한 전율, 그것이 또 노래와 소리가 시의 마당 한구석에서 연애하고 있음에랴. 구광렬 시인은 스페인어로 시를 써 멕시코에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노래 한 자락을 듣고 계신지, 불현듯 우리를 깨우는 소리 업고 있는 노래 한 자락을. <강은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