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10년 새 7000여 명 늘어
초임 200만원 취직도 쉽지 않아
서울 강남의 한 한의원은 지난해 9월 6년 만에 문을 닫았다. 간호조무사 두 명의 월급과 부가세·이자·임대료 등으로 매달 1500만원을 지출하고 A원장이 400만가량을 가져갔다. 하지만 진료 수입은 이 선을 밑도는 때가 많았고 원장이 가져가는 돈을 줄였다. 그래도 적자가 쌓였다. A원장은 “노인환자가 정형외과에서 두세 가지 물리치료를 받으면 1500원이면 된다. 한의원에서 침 놔주고 뜸·부항 떠주고 6000~7000원을 받는데 환자들이 비싸다고 발길을 돌린다”며 “하루 환자 20명으로는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서울 동대문구 하늘땅한의원은 접수대 옆에 ‘검증된 약재를 사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홍보물을 설치했다. 대부분의 한의원이 한약재에 중금속이 들어있을지 모른다는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보약 매출은 살아나지 않는다. [조용철 기자] | |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9일 침·뜸 시술을 한의사에게만 허용한 의료법 규정이 헌법재판소에서 가까스로 합헌 결정(본지 7월 30일자 1, 16면)이 나온 뒤 연일 불법 의료행위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인보한의원에는 4~5년 전만 하더라도 봄이나 가을철에 녹용이 든 어린이용 보약을 지으려는 부모들이 줄을 이었다. 하루에 40첩 이상 처방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하루에 한두 첩 짓기도 힘들다. 이 병원 오수석 원장은 “어린이용 홍삼이 인기를 끌면서 보약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보약 급감의 또 다른 이유는 한약재 불신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카드뮴·납 등 한약재의 중금속 허용 기준이 2005년 대폭 강화되고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한약재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보약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46)씨는 “검증 안 된 일부 중국산 한약재가 사용된다는 소문이 있어 보약 짓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침에 매달리면서 한의원 매출의 70~80%가 침에서 나온다.
내부 경쟁도 점점 심해진다. 매년 850명의 한의사가 쏟아져 나온다. 2000년 8845명이던 한의사가 올 6월 1만6038명으로 81% 증가했다. 의사(48%)보다 증가 폭이 가파르다. 폐업한 한의원도 2002년 한 해 503곳에서 지난해 727곳으로 늘었다. 면허를 갓 딴 한의사들은 월급 200만원을 받고 한의원 부원장으로 취직하는데 이마저 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
대한한의사협회 김정곤 회장은 “정부가 한약재 안전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한의사들이 힘들어졌다”며 “한의학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지금은 전체 지출의 3.9%) 확대 등의 제도적인 지원이 따르면 국민 건강 증진과 국부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신성식 선임기자, 이주연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