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얽히고설킨 가족史도 소중한 내 인생"김남인 기자 kni@chosun.com 기자의

푸른물 2010. 8. 22. 06:32

얽히고설킨 가족史도 소중한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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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8.18 03:07

'아빠 넷 엄마 둘' 자신의 이야기로 1인극 만든 나탈리 김
"입양되고 양부모 이혼… 코믹하게 보이고 싶었는데
관객, 웃다가 결국 울어" 英 세계적 연극제 공연 중

'1976년 3월 미국 뉴욕의 할렘.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이미 가정이 있었고, 어머니는 떠났다. 아버지는 아기인 나를 미국인 가정에 입양시켰다. 두 살 되던 해, 입양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는 재혼했다. 새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다시 결혼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연극배우 나탈리 김(김현성·34)씨는 2명의 엄마와 4명의 아빠를 둔 자신의 상황에 절망하는 대신, 바로 그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연기했다. 'Yo! Girl'이란 제목의 이 1인극은 작년 뉴욕의 '미드타운 국제연극축제'에 올려졌고, 평단의 찬사와 매진 행렬 속에 프로듀서상까지 받았다. 'Yo! Girl'은 현재 세계적 연극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되고 있다.

나탈리 김(오른쪽)은“나의 이번 연극을 통해 입양을 바라보는 시선이 밝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립, 소외, 정체성 혼란, 성적 학대따위만 강조해온‘입양 스토리’는 이제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진은 10년 전 미국 뉴욕에서 친어머니와 찍은 것. /사진작가 정은진 제공
"내 가족에 대해 설명하려면 늘 복잡했어요. 연극을 통해 내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단, 코믹하고 재미있게. 배우란 관객을 가르치려 하면 안 되잖아요. 관객은 내 이야기에 한참을 웃다가 결국에는 눈물을 흘려요."

1970년대 서독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그의 친어머니는 고국에 대한 향수가 가득 담긴 글을 한국의 한 신문에 기고했다고 한다. 미국에 이민 갔던 아버지가 그 글을 보고 어머니에게 편지했고, 둘은 사랑에 빠졌다. 어머니는 간호사를 그만두고 뉴욕으로 와 나탈리를 낳았지만, '남편'이 유부남임을 뒤늦게 알고는 떠나버렸다. 후회하며 딸을 찾으러 갔을 때 나탈리는 입양된 후였다.

"가족, 정체성, 소속감…. 관객은 이런 보편적 가치에 끌리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살아왔지만, 날 낳아준 엄마가 내 연극이 좋다고 했을 땐 날아갈 듯 기뻤죠. 다음 달 3일에는 뉴욕의 한국교민 커뮤니티에서 공연해요."

배우는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 대학 졸업 후 마케팅 회사에 다니다 그만두고, 몇 편의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쓰다가 연극을 하게 됐다. 자기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 생각을 한 것은 결혼을 앞두고서였다. '가족사는 내 인생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한 가정을 꾸리기 전에, 내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 보게 됐다"며 "입양과 부모의 이혼이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김씨의 꿈은 이 연극을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늘 그리운 나라예요. 세상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죠. 네다섯 번 정도 가봤고, 한국인 입양아들과 방문했을 때는 영부인도 만났었죠. 그 장면들도 빠짐없이 연극에 다 녹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