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넷 엄마 둘' 자신의 이야기로 1인극 만든 나탈리 김
"입양되고 양부모 이혼… 코믹하게 보이고 싶었는데
관객, 웃다가 결국 울어" 英 세계적 연극제 공연 중
'1976년 3월 미국 뉴욕의 할렘.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이미 가정이 있었고, 어머니는 떠났다. 아버지는 아기인 나를 미국인 가정에 입양시켰다. 두 살 되던 해, 입양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는 재혼했다. 새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다시 결혼했다….'미국에서 활동 중인 연극배우 나탈리 김(김현성·34)씨는 2명의 엄마와 4명의 아빠를 둔 자신의 상황에 절망하는 대신, 바로 그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연기했다. 'Yo! Girl'이란 제목의 이 1인극은 작년 뉴욕의 '미드타운 국제연극축제'에 올려졌고, 평단의 찬사와 매진 행렬 속에 프로듀서상까지 받았다. 'Yo! Girl'은 현재 세계적 연극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되고 있다.
- ▲ 나탈리 김(오른쪽)은“나의 이번 연극을 통해 입양을 바라보는 시선이 밝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립, 소외, 정체성 혼란, 성적 학대따위만 강조해온‘입양 스토리’는 이제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진은 10년 전 미국 뉴욕에서 친어머니와 찍은 것. /사진작가 정은진 제공
1970년대 서독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그의 친어머니는 고국에 대한 향수가 가득 담긴 글을 한국의 한 신문에 기고했다고 한다. 미국에 이민 갔던 아버지가 그 글을 보고 어머니에게 편지했고, 둘은 사랑에 빠졌다. 어머니는 간호사를 그만두고 뉴욕으로 와 나탈리를 낳았지만, '남편'이 유부남임을 뒤늦게 알고는 떠나버렸다. 후회하며 딸을 찾으러 갔을 때 나탈리는 입양된 후였다.
"가족, 정체성, 소속감…. 관객은 이런 보편적 가치에 끌리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살아왔지만, 날 낳아준 엄마가 내 연극이 좋다고 했을 땐 날아갈 듯 기뻤죠. 다음 달 3일에는 뉴욕의 한국교민 커뮤니티에서 공연해요."
배우는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 대학 졸업 후 마케팅 회사에 다니다 그만두고, 몇 편의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쓰다가 연극을 하게 됐다. 자기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 생각을 한 것은 결혼을 앞두고서였다. '가족사는 내 인생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한 가정을 꾸리기 전에, 내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 보게 됐다"며 "입양과 부모의 이혼이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김씨의 꿈은 이 연극을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늘 그리운 나라예요. 세상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죠. 네다섯 번 정도 가봤고, 한국인 입양아들과 방문했을 때는 영부인도 만났었죠. 그 장면들도 빠짐없이 연극에 다 녹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