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재외 공관을 돌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본국에 공급해온 고위 탈북자 A씨(작년 망명)는 "1990년대 초반 장군님의 옷감을 구해오라는 상부 지침을 받고 프랑스에 가서 캐시미어와 실크를 섞은 영국 스카발사(社)의 고급 원단 60야드(약 55m)를 사온 적이 있다"며 "1야드당 300달러씩 총 1만8000달러(약 2120만원)를 지불했다"고 말했다.
- ▲ (오른쪽 위부터)페리에 탄산수, 마르텔 코냑, 모레스키 구두, 스카발 원단.
하지만 단순히 비싸기만 해서는 김정일의 필수품 목록에 오를 수 없다. A씨도 "스카발보다 비싼 원단은 얼마든지 있다"며 "김정일이 스카발에 빠져든 것은 서방의 유명인들이 스카발을 즐겨 입는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청담동에서 양복점(비르투)을 운영하는 박제현씨는 "스카발은 최고급 원단은 아니지만 구김이 잘 안 생겨 활동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영화배우 윌 스미스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한때 김정일은 이탈리아 모레스키사(社)의 구두를 고집했다고 한다. A씨는 "2000년대 초반 '장군님이 모레스키 구두만 신으신대'라는 소문이 간부들 사이에 돌아 해외 나갈 일이 생기면 너도나도 모레스키 매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기호품에 대한 호불호가 무척 까다롭다. A씨에 따르면 물은 프랑스의 유명 탄산수 페리에를, 술은 프랑스산 마르텔 코냑을, 담배는 박하향이 나는 수입제품을 찾는다.
외교 소식통은 "2000년 5월 방중한 김정일이 가는 곳마다 중국측이 준비한 페리에를 보고 크게 기뻐했다"며 "측근들에게 '중국 동지들이 내가 페리에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지'라며 놀라움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씨는 "고급 손목시계 오메가를 대량 구입하기 위해 스위스도 자주 찾았다"며 "김정일 본인이 차기 위한 게 아니라 부하들에게 포상으로 나눠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일은 손목시계가 필요 없다"며 "시간이 궁금하면 옆에 있는 부하에게 물으면 되니까"라고 말했다.
"김정일, 코냑만 한해 50만달러 이상 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