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사 맞은 후 우울증… 性충동 사라졌다"김신영 기자 sky@chosun.com 기자

푸른물 2010. 7. 23. 04:18

주사 맞은 후 우울증… 性충동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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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19 02:59 / 수정 : 2010.07.19 06:52

'화학적 거세' 성범죄 예방 효과있나?… 거세된 외국인들의 고백
골밀도 하락 부작용 막으려 날마다 칼슘·비타민D 복용
여성처럼 가슴 커지진 않아… 美조사, 재범률 8% 그쳐

"저는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가 한 짓이 너무 무서워 자발적으로 화학적 거세를 택했습니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얼마 전 '난 거세당했습니다(I am castrated)'가 떴다. 미성년자 성범죄 이후 감형을 위해 화학적 거세를 선택했다는 미국인 찰리(가명)가 자신의 이야기를 파워포인트로 소개한다. 찰리가 처방받은 약은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강하제 '루프론'.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화학적 거세용 약물이다.

그는 "고환의 크기는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지만 옷 위로 티가 날 정도는 아니다"면서 "주사를 맞은 후 약 한 달 동안 멀미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고 우울증 증세도 동반됐다. 성적 충동뿐 아니라 성적 능력도 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찰리는 또 "몇몇 사람들이 경고하긴 했으나 여성처럼 가슴이 발달하지는 않았다. 골밀도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의사의 권유에 따라 매일 칼슘과 비타민 D를 복용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1996년 캘리포니아주(州)를 시작으로 성범죄자에 대한 다양한 방식과 강도의 화학적 거세를 시행해왔다. 이들은 화학적 거세가 확실한 '효과'를 보인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육체적·심리적 부작용에 시달린다고 호소한다.

'치료받은 성범죄자(treated sex offender)'라는 홈페이지를 운영 중인 미국인 대니(가명) 역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형을 살다 2009년 9월 화학적 거세를 조건으로 가석방됐다. 묘사가 적나라하다. "병원에 찾아가 의사에게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처방전을 받았다. 지하에 있는 약국으로 내려가 '루프론'을 산 후 다시 병원으로 올라가 엉덩이에 주사를 맞았다."(2009.9.1.) "주사 맞은 지 약 5일. 성적 욕구가 없어졌다. 화학적 거세를 당했다는 심리적 압박 탓인지 약효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의사는 한 달은 지나야 약효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는데…."(2009.9.6.)

대니는 화학적 거세를 받은 지 10개월이 지난 요즘도 거의 매일 일기를 남기고 있다. "무릎 관절이 너무나 아파 누워 있을 때가 잦고, 그래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 성적인 충동에 휩싸였던 과거와 달리, 다시 인생 설계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든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영국 BBC가 얼마 전 인터뷰한 30세 제시(가명)는 2004년 성폭행 및 어린이 포르노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수감된 지 약 17개월 만에 비슷한 죄를 저지른 수감자로부터 화학적 거세에 대해 알게 됐고 자발적 거세를 받는 조건으로 가석방됐다. 약을 주사한 지 6주 만에 제시는 성적 욕구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보험을 통해 화학적 거세 비용(1달에 약 450달러)의 90%를 지원받고 있다. "모두가 두 번째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는 그는 화학적 거세의 범죄 방지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법원의 '강제 명령'에 의한 거세는 강하게 반대했다. "강제적 거세는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분노는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에서다.

성범죄 전문가인 영국 뉴캐슬대 신경과학연구소 돈 그루빈(Grubin) 박사는 지난 16일 전화 인터뷰에서 "성범죄 이후 화학적 거세를 받은 사람들은 약물 효과로 인한 성적 욕구 감소와 함께 엄청난 스트레스와 무기력감에 시달린다"며 "이 같은 심리적 부담감이 재범을 방지하는 중요한 장치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성적장애클리닉 프레드 베를린(Berlin) 박사가 1990년대 화학적 거세를 당한 629명의 성범죄자를 추적 조사했더니 다시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8% 정도였다. 1998년 미국심리학회 조사 결과 성범죄자의 재범 비율은 20%, 캘리포니아주의 성범죄자 재범률은 27.3%에 달했다.

베를린 박사는 "화학적 거세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호르몬 작용 이상으로 발생한 성범죄자에게는 매우 효과적인 범행 방지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찰리·대니·제시 등은 한결같이 '긍정적인 변화' '완전히 달라진 새 삶'을 이야기한다. 동시에 "벌레로 가득찬 깡통을 여는 기분" "엉망진창인 삶"에 대한 뼈저린 후회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