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 마을에 생명수가 콸콸 솟아요”

푸른물 2010. 7. 22. 04:39

우리 마을에 생명수가 콸콸 솟아요”

 
2010-07-20 03:00 2010-07-20 03:00 여성 | 남성
NGO 기아대책,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라조아 학교에 우물 설치



10일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보보디울라소의 라조아 초등학교에 설치된 우물 펌프배수관에서 나온 깨끗한 물로 한 어린이가 손을 씻고 있다. 사진 제공 기아대책
“이젠 학교 끝나고 집에 갈 때 물 길어갈 거예요!”

10일(현지 시간) 부르키나파소 서남부 보보디울라소의 라조아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1학년 아비샤(8)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이날 라조아학교에선 비정부기구(NGO)단체인 ‘기아대책’의 ‘더불어’ 우물 개소식이 열렸다. 부르키나파소는 서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인구 1500만의 가난한 나라이다.

○ 새로 판 우물가에서 마을잔치

아비샤처럼 우물을 구경하려 모인 전교생 150여 명과 학부모, 지역 주민들은 이날 우물을 둘러싸고 마을 잔치를 열었다. 아비샤는 “학교가 끝나면 깨끗한 물을 길러 20km 떨어진 우물에 갔다”면서 “목이 너무 마를 때는 바닥에 고인 물을 마시기도 했지만 이제 학교에서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10m² 남짓한 정사각형 시멘트 바닥 가운데 있는 펌프의 페달을 밟기만 하면 우물로 이어진 관에서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은 흘러내리는 물을 몸에 적시고 서로 뿌리며 즐거워했다.

운동장에 설치한 이 우물은 기아대책 홍보대사인 영화배우 조민기 씨(45)와 그의 팬클럽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금한 성금을 보태 만들었다. 기아대책은 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우간다에 10개의 우물을 파고 기존의 우물들을 보수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조 씨는 “팬들이 결혼기념이나 생일기념 등 각자 의미가 있는 날을 기념하는 뜻에서 저금통까지 깨가며 저의 계좌로 성금을 보내주셨다”며 “귀한 마음이 모여 이 땅의 아이들 수천 명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오염된 물에 죽어가는 아이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노란색, 파란색 플라스틱 통을 들고 물 길으려 수십 km를 걷는 아이들 행렬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나라에도 상하수도가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만 누릴 수 있는 시설이다. 5000여 명이 공동수도 하나로 생활하다 보니 물이 나올 때보다 나오지 않을 때가 더 많다. 1L들이 생수 한 통이 300∼500세파프랑(750∼1000원)이라 형편이 넉넉지 못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지표층에 고여 있는 표면수를 길어다 먹어야 한다.

오염된 물 탓에 이곳에선 수인성 전염병과 내장기관 질환, 설사, 피부병이 심각하다. 오염된 물로 기른 야채를 먹고 자란 아이들이 병에 걸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 10일 찾은 보보디울라소 보르드구 지역의 한 개울에서 물을 뜨던 두 살배기 아브라함의 머리엔 흰색 백반이 3분의 2가량 퍼져 있었다. 보보디울라소 중앙의료원 외과 과장 팜 사미 씨(42)는 “병원에 찾아오는 5명 중 2명은 아브라함처럼 오염된 물 때문에 발생한 질병을 앓고 있다”며 “이 나라에선 죽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세 남매에게도 희망을

이날 우물 개소식에는 이 학교 학생인 코보살리아(16) 삼남매도 참석해 물을 뿌리며 즐거워했다. 동생 바카리(13), 알리자타(10·여) 모두 키가 70cm도 채 되지 않아 우물을 들여다볼 수도 없었다. 삼남매를 1년 전부터 보살펴 온 기아대책 소속 서혜경 선교사(47·여)는 “아이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다리를 쓸 수 없고 하체가 자라지 않아 걸음을 걷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서 선교사는 막내 알리자타와의 첫 만남을 잊지 못했다. 지난해 어느 날 알리자타가 길에서 울고 있기에 이유를 물어보니 “학교에서 인원이 너무 많아 나를 받아줄 수 없다고 한다”고 했다. 삼남매는 모두 라조아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다. 둘째 바카리는 “내 꿈은 마카로니 한 번 배부르게 먹어보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늘 굶주리지만 삼남매는 시험만 보면 상위권을 차지한다. 장난을 치다 물에 홀딱 젖은 큰형 코보살리아에게 꿈을 물으니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의사가 돼 아픈 사람을 고쳐주고 싶어요. 그리고…걷고 싶어요.”

보보디울라소(부르키나파소)=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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