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Master & Mania] 야생화, 愛情의 눈길로 보는 순간…김민철 기자 mckim@cho

푸른물 2010. 7. 22. 04:19

Master & Mania] 야생화, 愛情의 눈길로 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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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17 00:08

'걸어 다니는 식물도감' 김태정 박사·야생화 동호인 모순미씨
김태정… "꽃사진 찍으려 DMZ·개마고원까지 갔죠"
모순미… "주변 하찮은 것에도 관심갖는 여유 생겨"
"꽃 먹는 사람 늘었다죠? 잘못먹으면 탈나는데…"
"요즘은 산수국이 좋아요… 토양 따라 빛깔 달리하는 그 정직함이 맘에 들죠"

서울 남산 야생화공원에는 원추리·참나리·범부채·동자꽃·섬초롱꽃 등이 제철을 맞아 활짝 피어 있었다. '걸어 다니는 식물도감'으로 알려진 한국야생화연구소장 김태정(68) 박사와 대표적인 야생화 사이트인 '야사모(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창립 멤버로 10년째 활동 중인 야생화 마니아 모순미(42·필명 들국화)씨가 만났다. 김 소장은 '쉽게 찾는 우리 꽃' 시리즈 등 70여권의 야생화 책을 펴내 많은 사람을 야생화의 세계로 안내한 우리나라 야생화 분야의 산 증인이다.

“요놈들이 순서를 맞춰가며 하루씩 피어요.” 서울 남산 야생화공원에서 김태정 한국야생화연구소장과 ‘야사모’ 창립 멤버인 모순미씨가 노랑원추리를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모순미=5년 전 종로에서 지인들과 함께 선생님과 점심을 한 번 한 적이 있어요. 선생님은 그때 백두산 야생화 탐방 다녀오신 얘기를 하셨는데….

김태정=그래요? 나는 꽃은 잘 기억하는데 사람 얼굴은 잘 기억을 못해서….

=선생님 책은 야생화를 쉽게 구분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준 것 같아요. 그동안 찍은 야생화 사진이 많지요?

=40년 동안 찍은 꽃 사진이 120만장쯤 됩니다. 약초를 찾겠다고 나섰다가 산에서 야생화를 만나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한라산, 울릉도·독도·무인도, DMZ, 백두산, 개마고원까지 다 가보았어요.

=저는 10년쯤 전에 우연히 주변 식물에 눈길이 가면서 관심 갖기 시작했어요. 아는 분들과 야생화를 공부하다가 의기투합해 2001년 야사모 사이트를 열었죠. 야생화를 공부하면서 주변의 하찮은 것까지 관심을 갖고 눈길을 주는 여유를 갖게 된 점이 좋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환경에도 관심을 갖게 돼 집안에서도 작으나마 환경운동을 실천하는 계기가 됐어요.

=(섬초롱꽃을 어루만지며) 섬초롱꽃은 초롱꽃과 어떻게 다른가요?

=잎의 톱니 모양부터 다른데 초롱꽃은 기르기 까다로워서 이렇게 심어놓은 것은 90% 이상 섬초롱꽃이라고 보면 맞을 겁니다. (좀 시든 동자꽃이 보이자) 동자꽃은 높은 산에서 피어야 빛나는데…. 여기 이 구절초도 여기 있으면 꽃이 제대로 안 필 거예요. 1995년쯤 곤드레 나물이란 것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어요. 그걸 본 적이 없어서 강원도 홍천까지 찾아갔는데, 보니까 고려엉겅퀴였어요. 곤드레 나물이 고려엉겅퀴인 것을 처음 밝혀냈지요.

=저는 올봄에 (멸종 위기 꽃인) 복주머니난(개불알꽃)을 처음 대했는데 보호 명목으로 철망에 갇혀 있었어요. 너무 안쓰러워 내내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요즘 야생화 마니아를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는 애정을 갖고 야생화를 대하기보다는 그냥 멋지게 찍어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한 번은 귀한 광릉요강꽃을 심어놓았는데 충무로 사진가들이 그걸 딱 잘라놓고 사진 찍으려 해서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느냐'고 막 화를 낸 적이 있어요. 어디에 뭐가 있다고 하면 남아나질 않아서 80년대부터는 야생화가 핀 장소를 밝히지 않고 있어요.

=요즘 외래종이 많아졌다죠?

=하도 많이 들여와 나 같은 사람도 이름 알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우리 꽃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공원을 보면 (대표적 외래종인) 수레국화·자주개자리 이런 식물들이 만발해 있어요. 나중에 애들이 그 꽃을 그리워하지 않을까요? 요즘은 또 먹는 것에 신경을 쓰다 보니 먹느냐 못 먹느냐로 식물을 대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애기똥풀이 몸이 좋다고 먹는 사람들이 있다니 걱정이에요.

=애기똥풀은 독성이 아주 강해요. 진달래 먹는다고 철쭉 따 먹다가 잘못하면 죽어요. 삼색제비꽃이나 한련은 먹어도 좋지만 꽃을 함부로 먹으면 언제 탈 날지 모릅니다. 이 원추리꽃은 힘없는 사람들이 따먹으면 좋습니다. 진시황도 보양식으로 먹었어요.

=저는 요새 한창 피는 산수국이 가장 좋아요. 토양에 따라 꽃 빛깔을 달리하는 정직함도 좋고, 결실을 다 보고 나면 꽃을 살포시 뒤집는 겸손함도 좋아요.

=야생화는 다 좋지만 특히 생명력이 강한 민들레에 애정이 갑니다.

=최근 카메라를 새로 샀는데 꽃의 특징을 잘 살려 찍는 연습을 해보고 싶고, 저희 야사모 사이트(현재 회원 1만여명)를 더 내실 있게 운영하고 싶어요.

=난 요즘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느라 서울에서 작업하니 징역 사는 것처럼 힘드네요. 연말까진 그걸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 밤에는 꽃이 피는 장면을 비디오로 담고, 새 책을 내려고 정리도 하고 있어요. 산에 올라가 요즘 같으면 산뽕도 따 먹고 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