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 많이 하는 큰 병원은 미어터지고, 경험 적은 중소 병원은 못 미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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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암 수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 은 암 수술을 받을 때 대형 병원만 찾을 필요도 없지만 수술 경험이 너무 적은 곳은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앙포토] | |
큰 병원도 한 해에 몇 건 수술하지 않는 데가 많다. 최모(82) 할머니는 큰 병치레 한 번 하지 않은 건강 체질이었다. 2008년 10월께 몸이 안 좋아 지역의 대학병원에 갔더니 자궁경부암이라며 수술을 권했다. 고령이라 주저했지만 병원 측이 권유해 결국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수술 후 보름 만에 숨졌다. 가족들은 “수술 당시 피를 많이 흘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 병원은 그해 자궁경부암 수술을 7건 했는데 그중 한 건이 최 할머니였던 것이다.
심평원이 정한 위암 수술 기준 건수를 밑도는 161개 병원 중 한 달에 평균 한 건(연간 11건 이하)도 수술하지 않는 데가 126곳에 달한다. 대학병원이 12곳이나 된다. 원주의료원(1건)·대구의료원(1건) 등 지방공사의료원 11곳, 대전·부산보훈병원과 서울적십자병원 등 공공의료기관 10곳도 여기에 속한다. 국립중앙의료원 박재갑 원장은 “공공병원의 저렴한 비용을 보고 찾아온 환자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조만간 서울대병원 의사를 초빙하면 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암 수술도 한 달에 한 건이 안 되는 병원이 115곳이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은 “일반외과 의사가 10년 전에 대장암 수술을 많이 했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지난해 대장암 수술을 한 건 했다.
◆상당수 대학병원도 문제=심평원은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이라도 수술 후 한 달 내 사망률이 높거나 합병증 발생률이 높은 데는 기준 미달로 평가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은 2008년 345건의 위암 수술을 해 심평원이 정한 기준 건수(41건)를 월등히 초과했다. 그런데도 기준 미달 판정을 받았다. 이 병원 보험팀장은 “서울에는 중증 환자들이 분산되지만 우리 병원에는 지역에 있는 중환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합병증 발생률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병원도 2008년 위암 수술을 95건 했지만 기준 미달 판정을 받았다. 수도권의 또 다른 사립대학병원은 위·췌장암 수술이 기준 미달이었다.
◆전문가 진단=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선임연구위원은 “수술 중 위급한 상황(예를 들어 출혈 과다)이 생기면 다른 전문가가 즉시 대처해야 하는데 의원급에서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송대 강암구 교수는 “수술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암 수술은 외과의사 한 사람이 실력이 있다고 잘 되는 게 아니다. 숙련된 간호팀이 수술 전후에 환자를 관리하고 후유증이 생기지 않게 하는 등 통합적인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데 1년에 몇 건 수술하는 데가 그렇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김정수·황운하·이주연 기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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