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계 최고 자살률 한국, 유명 연예인도 잇따라…최승현 기자 vaidale@chosu

푸른물 2010. 7. 10. 08:08

세계 최고 자살률 한국, 유명 연예인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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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05 03:04

화려함 뒤 심리적 고통풀어줄 시스템이 없다
외부 의식해 상담·치료 못해 쉽게 자포자기·극단적 선택
연예인 '1인 기업' 부담도 커… 외국기획사엔 자체 상담사

이은주, 유니, 정다빈, 안재환, 최진실, 최진영, 박용하…. 2005년 이후 갑작스러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스타급 연예인들이다. 무명이었거나 사망 후 유명세를 타게 된 경우를 합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일본·유럽 등에 비해 최근 들어 유명 연예인 자살 소식은 유독 잦은 편이다. 허망한 인기에 대한 부담감, 불규칙한 생활 등 정신건강에 불리한 조건을 갖고 사는 건 어느 나라 연예인이건 마찬가지인데 유독 한국에서 스타들의 자살이 빈발하는 이유는 뭘까?

자살률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연예인도 한국인이라는 사실.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구 10만명당 21.5명이 자살해 OECD 국가 중 1위. OECD 평균은 11.1명이다. 전문가들은 스타 연예인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심리적 배경을 통해 한국인이 쉽게 자살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한국인들은 남들이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극단적 선택을 고려하곤 한다"며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급 연예인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성향이 더 강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사진 왼쪽), 최진실.
심리적 고통 상담할 카운슬링 시스템 부재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3년 전 소속 가수가 인터넷에 떠도는 엉뚱한 루머 때문에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우울증 비슷한 증세를 보였는데 신경정신과 치료도 못 받고 방치됐었다"고 말했다. 정신과에 다녀왔다는 소식이 퍼질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신경정신과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점차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도 연예계에서는 심리적인 문제로 병원을 찾는 일을 쉬쉬하고 있는 것도 문제. 미국, 일본의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전문 카운슬러를 고용해 정기적으로 소속 연예인들의 심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이 이른바 '직찍'(직접 찍은 사진) 등의 이름으로 인터넷에 올라와 사생활이 폭로되거나, 참기 힘든 '악플'도 참고 넘어가야 하는 환경도 연예인들의 목을 죄고 있다. 한 스타급 여성 연기자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장에서 무심코 한 말이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는 걸 보고 '요즘 연예인은 정말 눈치 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뮤직팜 강태규 이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정보통신 환경이 연예인들에게는 커다란 압박이 되고 있다"며 "연예계를 둘러싼 환경이 이렇게 바뀌었는데 매니지먼트 방식은 90년대와 별로 달라진 게 없으니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경제적 부담 혼자 지고 사는 스타들

연예인 1명이 책임져야 할 사람이 너무 많은 '1인 기업'의 압박감도 극단적 선택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기업형 구조가 확고한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에는 쇼비즈니스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연예인 측근이 매니지먼트 과정에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지만 한국에선 그렇지 않은 상황. 매니지먼트사와의 갈등이나 경제적 돌파구를 찾기 위해 스스로 기획사를 차리거나 사업을 하는 연예인도 적지 않지만, 이 경우 성공확률 역시 그다지 높지 않다.

모방 심리 부추기는 연예인 자살

일각에서는 연예인들 사이에 동료의 자살을 보고 심리적 영향을 받아 같은 길을 선택하게 되는 모방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더 심각한 건, 연예인의 자살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유명인이 자살을 하게 되면 이들을 선망하던 대중들 사이에서는 '저렇게 대단한 사람도 죽는데 나 같은 사람은 더욱 살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확산돼 실제로 자살률이 높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