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진실화해委, 공식 활동 마쳐… 4년여간 9987건 처리최경운 기자 codel@chos

푸른물 2010. 7. 2. 11:25

진실화해委, 공식 활동 마쳐… 4년여간 9987건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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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02 02:44

"조봉암 간첩사건 학림사건은 조작" 명예회복 권고
"결론 내려놓고증거 취사선택" 일부 왜곡 논란도…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 조직적으로 은폐 조작" 관련자 증언통해 확인
"빨치산 토벌 작전서 고창주민 273명 총살" 일부 발표, 사실과 달라

2005년 12월 출범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6월 30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4년여간의 공식 조사활동을 마쳤다. 일부 이의 신청에 대한 심사와 종합보고서 작성 절차를 제외한 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종료됨에 따라 노무현 정부 이래 시작된 과거사 규명 작업의 한 매듭이 지어지게 됐다.

현대사 이면의 인권탄압 규명 성과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 청산 바람을 타고 2005년 5월 제정된 '과거사정리기본법'에 근거한 진실화해위는 일제 강점기와 광복 이후 있었던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이 선출·지명한 위원 15명과 이들을 보좌하고 사건을 조사하는 조사관 등으로 구성된 진실화해위는 지난 4년여간 9987건(지난달 22일 기준)의 사건을 처리했고, 이 과정에서 국가기관에 의해 이뤄진 민간인 희생과 인권탄압 사례를 밝혀내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역대 위원장들. 왼쪽부터 마지막(3대) 위원장이었던 이영조 경희대 교수, 2대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와 초대 송기인 신부. /전기병 기자

진실화해위는 우선 1959년 간첩 혐의로 사형당한 조봉암 선생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밝혀내 국가에 조 선생과 유족에게 사과하고 피해 구제와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1967년 북한 경비정에 납북됐다 귀환하고서도 간첩으로 몰려 7년이나 옥살이를 한 납북어부 서창덕씨 사건의 경우 장기간 조사를 통해 수사기관의 고문에 의한 조작임을 밝혀내 억울함을 풀어줬다. 1981년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 등 지식인 25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 등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른바 '학림(學林)' 사건도 수사기관의 고문 등을 통해 조작됐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두환 정부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한 사실을 관련자 증언 등을 통해 확인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 등 1980년과 81년 사법시험과 행정고시 필기시험 합격자 일부를 정부가 작성한 학원사찰 리스트를 근거로 탈락시킨 사실을 확인, 당시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됐던 보이지 않는 인권 침해 사실도 밝혀냈다.

진실 규명 빙자한 왜곡·조작 논란도

진실화해위 활동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위원회 출범 때부터 일기 시작한 정치적 편향성 시비가 대표적인데, 이후 조사 과정과 내용에서도 이런 논란은 이어졌다.

실제 지난 2008년 4월 진실화해위는 "1950~51년 전북 고창군 일원에서 국군 11사단 등이 공비·빨치산 토벌작전 중 거주민과 피란민 273명을 적법한 절차 없이 총살했다"고 발표했지만,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최근 입수한 진실화해위 자료에 따르면 이 중 41명은 고창 지역 좌익세력 등에 희생됐거나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 현직 A위원은 "이런 사례는 '과거사는 조작'이라거나 '대한민국은 악(惡)이 승리한 역사'라고 보는 위원회 구성원 일부의 편향된 시각이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A위원은 "일부 조사관들이 엄밀한 실체 규명보단 '과거사를 뒤집어 새역사를 쓰겠다'는 편향성을 갖고 접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이렇다 보니 머릿속에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입맛에 맞게 증거를 취사선택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었다"고 했다.

이런 우려는 최근 박범진 전 의원이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 청산 바람이 절정에 달한 2005년 국가정보원의 과거사위가 '박정희 정권의 짜맞추기'라 결론 내린 '1차 인혁당' 사건과 관련, 당시 인민혁명당이 실제로 존재했던 지하당(地下黨)이었으며 자신도 가입했다고 증언한 데서도 나타난다.

진실화해위 이영조 위원장은 "국가기관에 의한 민간인 희생의 진실을 규명해 명예를 회복해준 성과도 크지만 진실화해위 결정이 완전무결할 수 없다는 한계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통계로 본 진실화해委 활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4년여 동안 1만1160건을 접수, 9987건(89.5%)을 처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진실화해위가 처리한 9987건 중 진실이 규명된 사건은 7770건(69.6%)이었고, 진실규명이 불가능한 사건은 221건(2%), 사건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却下)된 사건 1549건(13.9%)이었다.

유형별로 6·25 전쟁 때 국군·미군 등에 의한 민간인 희생과 관련한 신청이 8160건 접수돼 가장 많았고, 빨치산·공비 등에 의한 테러나 폭력 사건이 1762건, 인권침해 466건, 항일독립운동 관련 274건 등이었다. 국군·미군에 의한 학살 주장의 진위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고, 이에 대응해 일부 우파 단체에선 빨치산·공비 등에 의한 피해를 주장하는 신청과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년 말까지 국가기관 등에 피해구제나 명예회복 등을 위한 155건의 권고를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권고가 수용된 건 12건에 불과하다. 진실화해위가 법원에 재심(再審)을 권고한 59건 중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등 20건이 무죄로 확정됐고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나머지는 재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