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나무들 - 정현종(1939~ )
세상의 나무들은
무슨 일을 하지?
그걸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
허구한 날 봐도 나날이 좋아
가슴이 고만 푸르게 푸르게 두근거리는
그런 사람 땅에 뿌리내려 마지않게 하고
몸에 온몸에 수액 오르게 하고
하늘로 높은 데로 오르게 하고
둥글고 둥글어 탄력의 샘!
하늘에도 땅에도 우리들 가슴에도
들리지 나무들아 날이면 날마다
첫사랑 두근두근 팽창하는 가을을!
땅에 뿌리를 뻗고, 하늘로 직립하는 나무는 그대로가 하나의 생명이며 우주다. 가지와 잎들을 펼쳐 수액을 길어 올리고 햇빛과 바람으로 광합성을 이뤄내는 그 자체가 이미 질서의 표상인 것이다. 그리하여 나무를 보면 시인의 가슴은 “푸르게 두근거린다.” 나무의 수직성은 어느새 둥글게 휘어져 순환하는 세계와 탄력 있는 생의 리듬을 획득해내는 대지모성으로 자리 잡는다. 겹겹의 사유를 걷어낸 단순한 수사만으로도 사물에 이르는 길이 명쾌하게 펼쳐진다.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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