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을 위해 대회 출전도 몇 달 동안 포기했다. 아내와 어머니의 쾌유를 빌면서 모자 왼쪽에 핑크 리본을 달고 다니는 그가 12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끝난 마스터스에서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을 입었다.이번 대회는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타이거 우즈(미국)가 5개월 만에 돌아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우승자를 점지한다는 오거스타의 지신(地神)은 가족에게 큰 상처를 준 우즈를 대신해 가정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미켈슨을 챔피언으로 선택한 셈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가정에 초점을 맞춰 미켈슨과 우즈를 비교하고 나섰다.

전년도 우승자 앙헬 카브레라(뒤)의 도움을 받아 마스터스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을 입고 있는 필 미켈슨. 오거스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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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미국프로농구 피닉스 선스 치어리더 출신의 아내와 4년 열애 끝에 결혼한 미켈슨은 두 딸과 아들을 둔 가장이다.
다정한 아빠로 소문난 그는 이번 대회 기간에도 롤러스케이트를 타다 손목을 다친 큰딸 아만다 양(10)의 X선 촬영을 오전 1시까지 돌봐주고 둘째 딸 소피아 양(8)과 체스를 두기도 했다.
미켈슨은 이날 보기 없이 5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시즌 첫 승이자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을 했다. 치열한 선두 경쟁이 펼쳐진 아멘 코너의 마지막인 13번홀(파5)이 백미였다. 드라이버 티샷은 오른쪽 숲에 떨어졌다. 홀컵까지 207야드를 남기고 6번 아이언으로 1.2m에 불과한 두 나무 사이로 절묘하게 공을 빼내 ‘래이의 개울’을 넘겨 투온에 성공했다. 비록 1.2m 이글 퍼트를 놓쳤지만 가볍게 버디를 낚으며 2타 차로 달아났다.설레는 마음으로 복귀전에 나선 우즈는 팬들의 환대 속에 공동 4위(합계 11언더파)로 마쳤다. 공백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펼친 그는 재기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우즈의 복귀로 1라운드 TV 시청자는 지난해보다 47% 증가한 494만 명에 이르렀다. 3, 4라운드를 중계하는 CBS의 마스터스 관련 웹사이트 접속자도 1라운드에만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55만6090명으로 집계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