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의 혁명, 첫 여성 총장 등장 | ||||
남성 총장 벽 허물어 | ||||
하버드 대학 역사상 ‘최연소 교수’로 28세에 교수에 임명된 서머스 전 총장은 또 "1970년대 서울의 어린 소녀들은 먹기 위해 대부분 창녀 노릇을 했지만, 미국이 원조한 덕분에 경제가 발전돼 창녀생활을 면할 수 있었다"라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어 우리나라의 자존심을 구기기도 한 장본인이다. 가장 전통적이며 가장 보수적인, 그래서 여성에게 가장 배타적인 미국 지성인의 최고 요람인 하버드 대학에 아주 조용한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370년 역사의 미국 명문사학 하버드 대학에 첫 여성 총장이 탄생한 것이다. 남성 총장의 벽을 허물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하버드 대학은 지난 11일 여성 역사학자 드류 파우스트(Drew Faust) 교수를 제 28대 총장으로 임명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빈번한 여성 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휘말렸던 서머스 전 총장이 사임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하버드 대학의 조용한 혁명은 처음으로 여성 총장을 뽑았다는 것만이 아니다. 파우스트 총장은 하버드 대학 출신이 아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동문 출신이 아닌 총장이 나오기는 1654-1672년 재임한 제2대 찰스 촌시(Charles Chauncy) 총장 이후 330여 년 만의 일이다. 파우스트 신임 총장은 브린모어 칼리지에서 학사학위를 마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로써 하버드 대학은 미국 동부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 중 여성 총장을 배출한 4번째 학교가 됐다. 1636년에 설립된 하버드 대학은 미국 대학 가운데서 가장 돈이 많은 대학이며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하버드 대학은 기부금 누적액만 300억 달러다. 그러나 여성 교수를 고위 직급으로 승진시키는 데는 가장 인색한 학교로 정평이 나 있었다. 서머스 전 총장의 여성차별 발언으로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의식해 온 하버드 대학은 총장물색위원회를 통해 서머스 전 총장의 사임의사 발표 후 거의 1년간 후임 총장을 물색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여성총장 선임에 무게를 두었다. 파우스트 신임 총장은 미국 남북전쟁 및 남부 역사 전문가이며, 하버드 대학 래드클리프 인스티튜트 초대 학장을 맡았다. 래드클리프 인스티튜트는 지난 1999년 여자대학이던 래드클리프 칼리지가 하버드 대학에 통합한 뒤 하버드 대학의 단과대학으로 전환했다. 래드클리프 인스티튜트는 직원 85명으로 지난해 예산이 1천600만 달러에 불과하다. 하버드 대학 전체 예산 30억 달러의 1%에도 못 미치는 가장 작은 단과대학이다. 하버드 대학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파우스트 학장은 래드클리프의 하버드대 통합과 질적 양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이 출중한 대학 경영능력 때문에 하버드 출신이 아니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자 등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서머스 전 총장의 여성비하 발언이 크게 작용
파우스트 총장은 흑인 노예들에 대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미 9살 때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내용의 편지를 아이젠하워 당시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한다. 대학시절에는 베트남전 반대와 인권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에는 연구에 정열을 쏟았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25년간 남부 미국역사를 가르치면서 파우스트 총장은 흑인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는 연구에 매달렸다. 그녀가 쓴 책에는 남부 여성들의 성생활과 의복에 이르기까지 당시 여성들의 삶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으며, 이 책을 쓰기 위해 남부 11개 주에 있는 24개 박물관을 뒤질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파우스트 총장의 대표작은 <창조의 어머니들>(Mothers of Invention). 그녀는 이 책의 첫머리를 통해 "이 책을 할머니와 어머니께 바친다"며 "시대적인 한계 상황 속에서 살았던 강한 남부 여성들이 자신에게 영감을 줬다"고 썼다. 그녀는 "너는 남자들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에 자주 반발했다고 한다. 그래서 파우스트 총장은 이 책에서 "어머니의 이야기가 틀렸다고 입증하는 걸 우리의 사회와 문화가 도왔다는 점에서 나는 어머니보다 운이 좋은 여자"라는 말도 남겼다. "최고 대학의 최고 책임자인 총장(president)에 여성이 된 마당에 정부를 이끄는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president)에 여성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파우스트의 총장 선임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등장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남편 찰스 로젠버그는 같은 하버드 대학에서 과학사를 가르치는 교수다. 하버드 대학은 청교도 목사인 존 하버드가 설립한 명문 사립대로 현재 학부생의 경우 1년간 납부금이 4천만원 정도다. 귀족대학이라는 칭호를 받으면서 미국 최대의 지성인을 배출해 온 하버대 대학은 학부생(6천600명)에 비해 대학원생(1만3천명)이 훨씬 많다. | ||||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 ||||
2007.02.14 ⓒScience Tim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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