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이 세상을 바꾼다] [3]예술은 소통의 접착제
英 이민자유치원 '그린필즈 칠드런스센터'
바다에서 주운 쓰레기로 '에코 피시(Eco-Fish)' 만들어 띄우기도
"몸 담은 세계와 접촉하며 공동체 피부로 느꼈을 것"
영국 런던 서부 일링구(區)의 사우스홀은 '영국 안의 외국' 같은 곳이다. 지난 3월 31일 도심 패딩턴역에서 기차로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마을의 거리에는 백인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인도나 파키스탄에 있을 법한 풍경이 펼쳐졌다. '인디언 커뮤니티'라고 불리는 이곳의 상점 간판에는 영어와 펀자브어가 병기돼 있다.이런 낯선 느낌은 그린필즈 칠드런스센터(Greenfields Chidren's Centre)에 들어섰을 때 사라졌다. 이 유치원은 출입문부터 복도 양쪽을 아담한 분수와 물길로 꾸몄고, 천장에는 아늑한 느낌의 샹들리에가 걸려 있다. 건물 내부도 매끄러운 곡선형이다. 준 맥휴(McHugh) 원장은 "지난해 센터를 재건축할 때 디자인 콘셉트를 '물'로 정했다"며 "멈추지 않고 잘 어울리는 물의 이미지가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 ▲ 영국 런던의 그린필즈 칠드런스센터 유치원에 다니는 외국인 아이들이 바다에서 수거한 페트병 등 쓰레기로 대형 물고기‘에코 피시’를 만들고 있다. /그린필즈 칠드런스센터 제공
부모가 인도에서 온 수르크합(Surkhab·4)은 "그림 그리기와 공작 놀이를 하면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며 웃었다. 사자드(Sajad·4)를 데리러 온 엄마 살리하(Saleha)씨는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망명해 영국에 정착했다. 그는 "막내가 전에는 내 곁에만 꼭 붙어 있으려고 했는데 여기 다닌 뒤로는 독립심이 강해지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이 센터에 다니는 2~5세 120명의 어린이들은 15개의 다른 언어를 쓴다. 인도 북서부와 파키스탄 북부에서 사용하는 펀자브어가 가장 많고 우르두어·힌디어·소말리어·페르시아어·포르투갈어·러시아어 등이다. 6년 전 만들어진 이 센터는 일링구에서 연간 100만파운드(약 17억원)를 지원받아 이민자 자녀들에게 통합적인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 ▲ 이 아이들은 부모, 예술가들과 함께‘에코 피시’를 가까운 바다에 띄웠다. /그린필즈 칠드런스센터 제공
이민자의 자녀들은 예술과 놀이를 통해 영국을 읽고 이해하게 된다. 맥휴 원장은 "아이들은 예술활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면서 문화적인 자존감을 느끼고 창의적으로 변해간다"고 했다. 2년 전부터 이곳에 아이를 맡겼다는 그레나다 출신 매릴린(Marilyn)은 "예술교육 때문인지 아들이 집안에서 늘 뭔가 뚝딱거리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표정이 밝아져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3주에 걸쳐 '에코 피시(Eco-Fish)'라는 대형 물고기를 만들었다. 물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모은 작품으로 페트병 등 바다에 떠다니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료로 삼았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로지 포터(Potter)씨는 "에코 피시를 만들어 바다에 띄우면서 아이들은 3차원 건축미, 균형, 움직임, 무게와 부력 등을 배우고 더 넓은 세계와 접촉한 셈이다. 그 과정에서 친구들이나 어른과도 협동하면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했다.
센터 내부에서 6홀 골프장이 있는 뒤뜰로 통하는 유리문에는 아이들의 실루엣 같은 무늬가 붙어 있었다. 맥휴 원장의 명함에도 같은 디자인이 보였다. 맥휴 원장은 "커다란 종이 위에 손을 맞잡은 아이 5명을 눕혀 놓고 아이들과 함께 그린 그림"이라며 "놀이를 통한 예술이며 서로를 존중하는 우리들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가족의 수입과 유아교육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영국 버크백대학의 에드워드 멜리시(Melhuish) 교수는 "정부가 이민자 등 가난한 부모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것보다는 유아교육기관에서 무상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게 아이의 성장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