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까지 굴리면서
'국민연금' 고의 체납… 3만9000여명 달해
경남 창원에서 건축사로 일하는 A(52)씨는 재산이 10억원이 넘는다. 시가 5000만원이 넘는 외제차(BMW)를 굴린다. 하지만 그는 '용돈' 수준에 불과한 300여만원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고의로 체납하고 있다. 2800만원을 체납한 B씨는 외제차(벤츠)를 2대 갖고 있고 20번 넘게 해외를 다녀왔다.주말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온 탤런트 C씨. 드라마 출연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지난달까지 800만원의 연금보험료를 체납했다. 국민연금공단측의 수차례 납부 독려로 체납액을 내기로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수입차를 굴리고 매년 수차례 해외여행을 다니면서도 국민연금은 체납하는 부자들이 여전히 많다. 20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손숙미 의원(한나라당)에 따르면, 국민연금 체납 특별관리대상 상위 50명 중 6명은 벤츠 등 고급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었다. 해외를 다녀온 횟수가 5회가 넘는 사람도 18명이었다. 특별관리 대상이란 과세 소득이 200만원 이상으로 50만원 이상의 연금 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하는 사람들이다. 8월 현재 대상자 3만8628명의 체납액은 2051억원으로 아직 체납액의 7.6%(155억원)밖에 징수하지 못했다.
공단측은 고액 체납자들의 보험료를 걷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강원천 국민연금공단 차장은 "납부를 독려하고 있지만 개인의 현재 소득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곧바로 강제 징수 조치에 나서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프로야구에서 강속구 투수로 활약하는 D씨는 올해 1월까지 940여만원을 체납했다. D씨는 "국민연금은 믿을 수 없다"며 납부를 거부했다. 공단측은 수차례 전화를 걸고 직접 그를 만나 연금의 안정성 등을 설득한 끝에 체납액을 받아낼 수 있었다.
프로축구 수비수로 뛰고 있는 E씨는 지난 8월까지 1300만원의 국민연금을 체납했다. 공단측은 경기 일정상 본인을 만나기 힘들어 구단 관계자와 가족들에게 10여차례 납부를 독려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공단측은 지난달 구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연봉을 차압해 체납액을 충당했다.
8월 현재 국민연금의 누적 체납액은 6조4100억원(약 262만명)에 달한다. 이 중 전문직 종사자의 체납액은 35억9000만원이었고 건축사(14억6300만원), 약사(11억1100만원) 등의 체납액이 많았다. 가정경제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보험료를 체납하는 서민들과는 달리 높은 소득을 올리면서도 일부러 안 내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체납 지역 가입자 231만명 중 강제 압류 인원은 1만3605명(0.59%)에 불과하다.
손숙미 의원은 "고의적으로 연금보험료를 체납하는 악성 체납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실효성 있는 징수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가 낸 세금은 다 어디로 가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