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실학인가?… 김문수 지사·안병직 실학박물관장 대담
외국의 학자에게 뭘 기대하는가…
현실 기초해 개혁의 방향 모색을… 지역과 학문, 체험 통해 연구할 터
조선 후기에 발전한 실학(實學) 연구의 메카가 될 실학박물관이 오는 23일 개관한다.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의 다산 정약용 선생 유적지 인근에 세워진 실학박물관은 면적 4075㎡(약 1200평)의 2층 건물로, 상설전시실 3곳과 별도의 기획전시실, 80석 규모의 강당 등을 갖췄다. 개관을 앞두고 관장을 맡은 안병직(73) 전 서울대 교수와 김문수(58) 경기도지사가 대담을 가졌다. 서울대 시절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의 대담은 19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경기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 오는 23일 개관할 실학박물관의 안병직 관장(왼쪽)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실학이 무엇인 지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경기도 제공
▲안병직 관장(이하 안)=한국의 전통적 문화라고 하면 유학(儒學)인데, 실학은 한국 유학의 최고 발전된 형태입니다. 임진왜란(1592년)과 병자호란(1636년)을 거친 조선의 재야 학자들이 황폐해진 조선을 재건하기 위해 17세기 후반부터 발전시킨 학문이죠. 기존 주자학 중심의 중세 계급사회의 때가 묻은 학문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의 핵심 과제를 어떻게 파악하느냐가 실학자들의 가장 우선적인 관심사였죠. 실학자들은 자급자족에서 상품·화폐경제로, 윤리적 인간이 아닌 욕망을 지닌 이기적 인간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사회의 사회관과 인간관에 주목했습니다. 한마디로, 당시 시대적 과제와 본래 유교가 갖고 있던 이상과 결합해 조선후기 사회를 재건하려 한 학문이 실학이죠.
▲김=병자호란 이후 북벌론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북학파인 박지원과 박제가 등 대부분의 실학자들은 청나라의 선진문물을 도입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현대의 실학정책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꼽고 싶습니다. 반일이나 반미가 아니라 선진 문명을 어떻게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텐데요. 실학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안=현 시대에 가장 중요한 제도개혁이 무엇인지, 실학의 학문정신에 비춰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선진화라고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선진화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 학자가 와서 가르쳐 줄 문제도 아닙니다. 우리의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어떻게 만들어 선진화할 것인가, 이것이 시대적 과제입니다. 이것을 실학에 비춰 공부해야 합니다.
▲김=경기도가 자랑할 만 한 실학자가 매우 많지만 실제 도민들의 생활이나 의식, 문화와 예술과는 전혀 별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실학을 체계화시키고 미래를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전망과 비전을 갖는데 도움을 받아야 할텐데요. 실학박물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안=중요한 말씀입니다. 실학박물관에서는 전시뿐만 아니라 연구와 교육이 병행돼야 합니다. 각급 학교와 연계해 학생들의 과외 활동을 박물관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박물관에서 실학을 배우고 유적을 답사하면서 자기 지역과 학문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체험을 통해 공부할 수 있을 겁니다. 실학 유적지 정비와 다른 지역과의 연계도 필요합니다.
▲김=박물관 위치가 수변구역인데다 공간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부속 건물을 지어 전시·교육 공간을 확충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죽은 박물관이 아니라 살아있는 박물관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안=무엇보다 정년 퇴직한 실학 연구자들을 석좌교수로 초빙해 실학연구의 중심이 될 실학연구센터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전국 각지의 실학 유적지를 정리·연계하고 어떻게 실학 교육을 전개할지 밑그림을 그릴 계획입니다. 도지사가 많이 힘써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