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성공한 한국 여성으로 손꼽히는 진수 테리
“즐거움 주는 한국 음식의 매력 알리기 캠페인 펼쳐”
한식을 미국인의 식탁에 올려놓고 싶다는 진수 테리. | |
재미를 강조하게 된 건 본인의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85년 미국으로 이민가 취직한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을 때 얘기다. “상사가 저에게 ‘당신은 일은 열심히 하는데 같이 일하는 게 재미가 없어서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충격을 많이 받았죠.”
이후 성격과 태도를 180도 바꿨다. 자주 웃고 농담도 하며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이 섞인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나만 혼자 잘 되겠다고 아등바등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요.”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87년 관리자로 입사한 가죽벨트 업체에서 회사의 매출을 세 배 이상 늘렸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다른 직원들과 항상 즐겁게 소통하니 일도 잘 됐다고 한다. 이후 93년 옮겨간 의류업체에선 회사를 업계 상위권으로 올려놓았다는 공로로 현지 언론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100대 여성 기업인’으로 선정되는 기쁨도 맛봤다.
90년대 말부터는 갈고 닦은 소통 능력 및 리더십을 살려 아시아계 지도자로서의 입지도 넓혔다. 각계각층에 자신감과 희망을 주제로 연설을 하며 유명인사가 됐다. 미국 ABC 방송은 2005년 그를 미국의 아시아계 지도자 11인 중 한 명으로 뽑았고, 이에 앞선 2001년 샌프란시스코 시 정부는 매년 7월1일을 ‘진수 테리의 날’로 선정했다. 그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재미’다.
다문화 환경에서 사업을 펼치는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을 하는 ‘어드밴스드 글로벌 커넥션스’를 운영하는 지금도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해 즐거움을 찾는다. 올해 초엔 랩 음악에 도전해 음반까지 냈다. 젊은이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는 게 음반의 주제다. “저도 할 수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랩 음반도 그렇고, 성공도 그래요. 재미있게, 자신 있게 하는 게 열쇠지요.”
최근엔 도전 목표를 하나 더 정했다. 미국에서 한국음식의 매력을 알리는 것. 5월엔 미 방송국 CBS와 손을 잡고 미국 프로듀서들을 이끌고 서울을 찾기도 했다. “미국인 친구들에게 한식을 대접하면 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듯 좋아하더라고요. 그런데도 왜 한식이 미국에서 제대로 대중화 되지 못했을까, 궁금해서 두 발 벗고 나섰지요.”
한식 캠페인의 모토로 삼은 것도 ‘재미와 즐거움’이다. “한식은 함께 나눠 먹으며 즐겁게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어요. 한식을 아예 모르는 미국인들도 많거든요. 이들의 관심을 끌려면 예쁘지만 지루한 홍보 영상으로는 안 됩니다.”
한국 정부 및 미 서부 지역의 한국 교민들이 십시일반 재정적 지원을 해서 CBS 팀을 끌고 서울을 찾아 곳곳을 방문하며 한식의 이미지를 담았다. 미국에서 한식을 알리기 위해선 미국인 제작진과 함께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방한했던 폴 블리스 CBS 프로듀서는 “한식의 깊이에 놀랐다”며 “한식은 막연히 맵고 공격적인 맛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 미국인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진수 테리 팀이 이렇게 제작한 영상은 미 서부 지역 CBS 채널을 통해 5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총 500여 회가 방송됐다. 결과는 뿌듯했다. “설문조사 기관 의뢰를 해봤더니 캠페인 전에는 ‘한식을 전혀 모른다’는 미국인들이 90퍼센트 정도였는데 후엔 그 숫자가 45퍼센트로 내려갔다”는 것. 뿐만 아니라 미 서부의 권위 있는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캠페인이 끝난 7월, 한식에 대한 특집기사까지 냈다. 지금은 미국 전국방송으로 그 캠페인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식은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높여줄 숨겨진 다이아몬드 원석이에요. 잘 다듬어 세계에 내놓아야지요. ‘재미’라는 도구로 세공을 잘 해낸다면 한식이라는 다이아몬드도 반짝반짝 빛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글·사진=전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