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엄홍길씨
Business& TV 본방: 26일 오후 9시50분 재방: 28일 오후 1시50분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14좌를 모두 오른 산악인 엄홍길(49)씨는 정상 등정에 도전하던 시절엔 산이 아름다운 줄 몰랐다. 요즘 여유를 갖고 지인들과 트레킹을 가서야 비로소 경치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디지틀조선일보의 케이블채널인 비즈니스앤(Business&)의 '강인선라이브'에 출연한 엄씨는 "요즘 가보면 바위와 물, 구름이 이렇게 아름답고 좋을 수가 있나 싶어서 행복하더라"고 했다.오로지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일념으로 히말라야 14좌 정복만 꿈꾸던 시절, 그는 '정상에 서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 '살아서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그는 "그땐 위만 바라보고 산에 올라갔다가 부리나케 되돌아오고 또 가고 그런 식이었다"고 했다.
목표로 정한 산은 반드시 올라야 했다. 안나푸르나봉은 다섯 번째 도전에서 간신히 성공했다. 네 번째 도전에선 다리가 부러져 산행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기까지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 도전해 정상에 올랐을 땐 펑펑 울었다.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목표는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 동료와 셰르파를 잃는 아픔도 겪었다. 히말라야는 그에게 "인간은 고난을 통해서만 위대해질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줬다.
- ▲ 산악인 엄홍길씨./비즈니스앤 제공
산에 올라갈 땐 하산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올라갈 때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기 때문에 내려갈 땐 초인간적인 힘을 발휘해야 한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성공이란 목표지점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후 출발점까지 아무 사고 없이 내려올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8000m 이상의 지역은 신들의 영역이다. 엄씨는 "그 이상의 높이에선 인간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없다. 산과 기운이 맞아야 하고 산이 나를 받아줘야 정상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엄씨는 더 이상 '정상 정복'을 꿈꾸지 않는다. 그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다 이뤘고 살아 있는 것도 기적이다. 더 이상 욕심부리면 과욕이다"고 했다. 대신 '엄홍길휴먼재단'을 설립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네팔의 오지에 학교를 짓고 장애청소년들과 산에 오른다. 자신과 산행하다 목숨을 잃은 산악인들의 자녀들도 돕는다.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렇다고 그가 산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 요즘도 매일 아침 산에 간다. 그는 "산을 떠나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