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다시 태어나도 한국 불교 연구할 것 같아요"곽아람 기자 aramu@chosun.com

푸른물 2009. 6. 28. 07:48

다시 태어나도 한국 불교 연구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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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6.26 03:41 / 수정 : 2009.06.26 07:33

동국대 불교학술원장에 임명된 버스웰 UCLA 교수

1972년, 존재에 대해 고민하던 19세의 미국 대학생은 갑자기 짐을 쌌다. 공항으로 달려가 태국 방콕행 비행기를 탔다. 대학생은 그곳에서 1년간 소승불교를 공부해 계(戒)를 받았다. '인연'인지 그곳에서 한국 승려들도 만났다.

한국 불교의 독특함에 끌렸다. 파란 눈의 수도자가 중국 불교를 배우려고 홍콩에 머물렀던 1974년, 그는 마침내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순천 송광사 방장이었던 구산 스님 문하에 들어갔다. '혜명(慧明)'이란 법명을 받고 5년간 수행하며 보조국사 지눌의 간화선(看話禪·화두를 근거로 수행하는 참선법)을 익혔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의 숙소. 미국 UCLA 아시아 언어·문화학과 로버트 버스웰(Buswell·56) 교수가 소파 위에 자연스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바로 35년 전 한국 불교에 심취했던 그 수도자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장으로 임명된 로버트 버스웰 미국 UCLA 교수는 “송광사 수행 시절부터 내가 붙잡고 있던 화두(話頭)는 ‘무(無)’였다”면서 “아직도 그 화두를 붙들고 있다”고 말했다./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그는 서구 학자들 중 대표적인 한국불교학자로 꼽힌다. 그가 지난 15일 임기 1년의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임명장을 받았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고 있습니다. UCLA 교수직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여름·겨울방학 때만 한국에 와서 일하기로 했거든요."

1985년 UC버클리에서 '금강삼매경론의 한국적 기원'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원효와 지눌의 저작 등을 영어로 번역해 서구 학계에 큰 충격을 준 그는 간결한 한국말로 "한국 불교학의 국제화를 위해서 내게도, 동국대에도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서울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지요. 여러 학자들과 만나면서 학계의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일단 준비 중인 것은 내년 여름 동국대에서 열릴 '선(禪)'에 대한 국제 학술대회. 그는 "한국·미국·중국·유럽의 불교학자들을 초청해 선의 문화·역사에 대해 탐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불교 용어를 중국·일본·인도 용어와 동등한 위치에 놓고 풀이한 불교용어 사전을 연말에 내고, 오래전부터 붙잡고 있었던 원효대사 전집 번역도 마무리하려 합니다."

속세를 떠나 구도자(求道者)가 되려고 했던 그가 학자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뭘까? 그는 "구산 스님의 요청으로 보조국사 지눌의 법어를 영역(英譯)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학자로 사는 것과 구도자로 사는 것이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송광사에서 수행할 땐 새벽 세시에 일어나 참선을 했고, 요즘은 그 시간에 연구를 한다는 것 정도만 차이가 난다고 할까요."

1999년 재미교포 한국인이자 한국학자인 크리스티나 리(49)씨와 결혼한 버스웰 교수는 "윤회를 믿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내세에도 같은 여자랑 결혼하겠냐고요? (옆 자리 부인을 쳐다보며) 글쎄 말입니다(웃음)."

현재 서구학자들 중 대표적인 한국불교학자로 꼽히는 UCLA의 로버트버스웰 교수가 동국대 불교학술원장으로 임명됐다. 그가 한국 불교의 국제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