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도권III] [배우고 즐기고] 실생활 주제… 주민들 "용인에 살아 너무 행복

푸른물 2009. 6. 23. 18:06

수도권III] [배우고 즐기고] 실생활 주제… 주민들 "용인에 살아 너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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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6.22 03:00

용인시 평생학습센터의 성공기
테마별 강의, 호응 대단 매주 수요일 '체험 학습' 수강자 많아 옆방 확장도

지난 18일 오후 2시30분쯤 경기도 용인시청 3층 에이스홀. 500석 규모의 좌석 맨 앞줄에 손인순(여·62·수지구 죽전동)씨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손씨뿐 아니라 그 뒤쪽으로 좌석을 가득 메운 용인시민 400여명의 눈과 귀는 줄곧 '꿈 너머 꿈'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아침편지'의 주인공 고도원씨에게 쏠렸다. 집에서 20여분 차를 몰고 강연을 들으러 왔다는 손씨는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강연 홍보 전단지를 보고 지난 3월 처음 왔었고 오늘이 3번째 온 것"이라며 "아이 셋을 모두 출가 시키고 예순이 넘었지만 새로운 꿈을 갖고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절모를 쓰고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 펜을 쥐고 메모하는 할머니, 노트북을 가져와 딸에게 만화영화를 틀어준 뒤 수첩에 강의내용을 메모하는 젊은 주부 등 다양한 용인시민들이 이날 방청석을 채웠다.

손씨가 "동네에 입소문이 자자하다"고 소개한 이 강의는 용인시 평생학습센터가 4년째 진행 중인 '레인보우 아카데미'다. 지난해 10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 기초자치단체 부문 대상을 차지한 용인시 평생학습센터가 내세우는 '대표 상품' 중 하나다.

용인시 평생학습센터의 ‘학습정원’은 딱딱하고 권위적인 분위기 대신 발랄하고 감 성적인 공간이다. ‘열린공간’인 이곳에서 열리는 체험교실을 통해 시민들은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있다./이석호 기자 yoytu@chosun.com
유명 인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이 프로그램은 다른 평생학습센터의 초청 강의와 형식에서는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용기와 열정(빨강)', '사랑과 배려(오렌지)', '지혜와 호기심(노랑)' 등 무지개(레인보) 7가지 색깔별로 테마를 정하고, 그 색깔의 이미지에 맞는 강사와 주제로 연 7회 강좌를 마련했다.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시민들이 자신이 듣는 강의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프로그램을 '브랜드'화하려는 의도였다.

시민들 반응은 뜨거웠다. 저명 인사 강좌에 목말라 있던 시민들의 욕구를 자극한 것이다. 강좌마다 400~500명 이상이 몰려오는 것은 기본. 지난 3월 올해 첫 강사로 나선 엄앵란씨 강연 땐 에이스홀 3·4층 650석과 계단이 가득 차고도 모자라 180석짜리 옆 강의실로 시민들을 안내해 스크린으로 강좌를 시청하게 했다.

박선경(여·39) 평생교육사는 "일회성 이벤트 강의가 아니라 색깔이 가진 메시지와 테마를 인식하고 꾸준히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레인보우 아카데미는 평생학습센터를 알리는 고유명사가 됐다"고 말했다. "우리 아파트에는 왜 전단지를 안 붙이냐"는 '항의' 전화가 올 정도다.

평생학습센터측은 "우리 센터의 진정한 자랑거리는 '학습정원(Learning Garden)'"이라고 말한다.

'학습정원'은 시(市)청사 1층에 위치한 평생학습센터 사무실 안팎 198㎡(약 60평) 넓이의 공간이다. '정원'이라고 해서 꽃과 나무가 있는 건 아니다. 평생학습센터는 지난 2008년 6월 칙칙한 갈색 외벽을 걷어내고 커다란 꽃잎으로 수놓은 흰색 외벽과 유리문을 설치했다. 유리문 안 사무실(82.6㎡·약 25평)로 들어서면 흰색으로 '용인시'라고 적힌 가로·세로 60㎝의 빨간색 정사각형 유리 장식물이 설치돼 있고, 그 앞엔 8개의 정육면체 아크릴 상자가 놓였다. 상자 안에는 비누로 만든 꽃바구니과 와이어(wire)로 만든 촛대 등이 들어 있다. 모두 평생학습센터의 학습동아리 강사와 회원들의 작품이다.

박선경 평생교육사는 "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 조성에 초점을 맞춰 딱딱하고 권위적인 느낌을 배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습정원'은 용인시 평생학습센터가 평생학습과 관련한 '허브(herb)' 역할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유리문 밖에는 흰색 테이블 4개와 빨간색 흰색 의자 10여개가 마련돼 있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엔 이곳에서 '학습정원 체험교실'이 열린다. 시민들은 리본공예·선물포장·핸드메이드 아로마·문인화·천연화장품 제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재료비 7000원만 내고 경험할 수 있다. 이후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면 평생학습센터가 희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을 연결·안내해 주는 식이다.

또 테이블 주변엔 스탠드 5개가 설치돼 있다. 인근 대학과 복지관 등 200여 곳에서 보내온 평생학습 프로그램 홍보물이 놓이는 곳이다. '시청에 왔다가 화사하고 알록달록한 외관에다 체험교실 광경을 보게 되면 안 들러볼 수가 없도록' 만들어 자연스럽게 홍보물에 손이 가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용인시 평생학습센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이미 부산 서구·청주시·대구 달서구·대전 유성구·서울 용산구 등 전국 지자체 40여곳의 평생학습 관계자들이 센터를 찾았다. 올해 2월엔 아주대에서 열린 평생학습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한 대만과 마카오 평생학습 관련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 30여명이 센터를 둘러보고 현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서정석 용인시장은 "평생학습 강화가 용인시의 지역 간 격차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힘쓰고 있다"며 "2011년까지 평생교육사 등 전문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등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