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나이 차 100년 ` 뿌리깊은 가족 ` 이보다 행복할 순 없다 [중앙일보] 기사

푸른물 2009. 6. 21. 09:05

나이 차 100년 ` 뿌리깊은 가족 ` 이보다 행복할 순 없다 [중앙일보]

5세대 살아있는 26가족 한 자리 모여
1세대 할머니끼리 즉석 팔씨름 대결도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5대 가족 한마당행사에서 박상연 아기(1세)가 고조 할머니인 안팔분씨(92세)와 입맞춤하며 건강한 가족애를 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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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 이겨라." "우리 할머니 이겨라."

19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는 난데없는 할머니 팔씨름 대회가 벌어졌다. 경남 거창의 유주손(96)할머니와 대구에 사는 임월분(94)할머니가 대결의 주인공. 이들이 당초 예정에도 없는 팔씨름을 벌이게 된 것은 유 할머니 가족들이 "우리 할머니 팔씨름 진짜 잘해요"라고 자랑을 했기 때문. "그렇다면 한번 겨뤄보자"라고 나선 임 할머니 덕분에 행사장은 가족과 관객의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지는 가족사랑 잔치 한마당이 돼버렸다. 이날 행사는 대한의사협회.한국노바티스가 주최한 '5대(代) 가족 찾기'캠페인의 결산 자리. 고조모부터 고손자까지 모두 살아있는 전국의 5대 가족(26가족 23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건강하고 행복한 장수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뜻에서 8월30일부터 두 달여 동안의 캠페인을 통해 찾아낸 가족들이다. 우리나라에서 5대 가족의 존재가 대거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뚝딱이 아빠'김종석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대대손손 건강하고 행복하게'라는 부제 그대로 화기애애함이 가득했다. 자손 수가 가장 많은 가족에 주는 '풍성한 5대 가족상', 1대가 최고령인 가족에 주는 '뿌리 깊은 5대 가족상'등 시상식 주인공이 호명될 때마다 커다란 박수가 이어졌다. 가족 영상편지, 감동이벤트, 테이블 토크쇼, 깜짝 돌잔치, 축하공연 등도 즐기며 가족애를 만끽했다.

#장수 비결은 규칙적인 생활

대한의사협회와 한국노바티스는 10월23일부터 11월3일까지 이들 5대 가족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5대 가족 라이프스타일'을 조사, 그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대한의사협회 장동익 회장은 "'5대 가족이 과연 있을까'라는 의문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며 "실제로는 26가족보다 훨씬 더 많이 존재할 것인 만큼 가족의 존재와 건강관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파악된 5대 가족의 세대별 평균연령은 1세대 94.3세, 2세대 73.5세, 3세대 51.2세, 4세대 28.5세, 5세대 2.0세였다. 특히 1세대는 모두 여성이었다. 1세대의 평균 연령은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보다 14.3세, 세계 최장수국인 일본 여성의 평균수명보다 8.9년 더 많은 수치다.

세대 간 평균 나이 차는 1대와 2대간이 20.8세, 2대와 3대간 22.3세, 3대와 4대간이 22.7세, 4대와 5대가 26.5세로 대부분의 5대 가족이 20대 초반을 전후로 첫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풀이됐다. 장수와 이른 첫 출산이 5대 가족을 이룬 중요한 요건인 셈이다.

'장수의 비결'을 묻는 질문(중복응답)에는 '균형잡힌 식사'(17가족)와 '규칙적인 생활'(17가족)이 가장 많았고 '낙천적인 성격'(12가족)이 뒤를 이었다.

금주와 금연도 장수 비결 중 하나였다. 1세대의 85%, 2세대의 60%가 현재 술을 마시지 않고 있으며, 1세대의 84%, 2세대의 76%가 현재 담배를 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 2세대의 64%가 적어도 1주일에 운동을 1~2회 이상 하고 있으며, 주로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살아계신 것만으로 힘"

5대 가족 구성원들에게 1, 2세대의 의미는 무엇일까. 3~5세대들은 1, 2세대가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정신적 지주""항상 고마우신 분들"이라고 답했다. "1, 2세대가 기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친척과의 교류'(22가족)를 꼽은 가족이 가장 많았다. '화합과 결속의 중심'이자 '가족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1세대로부터 뻗어 나온 전체 가족 구성원 수는 최소 10명에서 최대 144명으로, 평균 가족 수는 58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일반 가족에 비해 가족 구성원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데도 가족간의 교류나 모임은 오히려 더욱 활발했다. 1년에 5회 이상 5대가 모두 모인다고 말한 가족이 전체 42%였다.

5대가 함께 한집에 사는 가족은 없었지만 대부분 가까이 모여 살고 있었다. 1세대중 최고령으로 충청도에 사는 김성회(102) 할머니 가족은 "모두 15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모여 산다"고 밝혔다. 이순자(88) 할머니 가족과 신정례(88)할머니 가족은 각각 전북 전주와 인천에 모여 살고 있었다.

#1세대 전원 암 병력 없어

과거 및 현재 병력 조사에서 1세대 26명 전원은 암과 만성질환인 고혈압.당뇨병이 없다고 응답해 암과 순환기.내분비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장수 비결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1세대의 절반 이상(54%)은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을 만큼 거동이 자유롭다고 대답했다.

특히 1세대에서 5세대 모두 앓고 있는 질환이 현재 전혀 없다고 응답한 가족도 전체 42%나 되었다.

1, 2세대가 갖고 있는 질병으로는 고혈압과 당뇨병이 공동 1위(13.6%)를 차지했으며, 2위는 심장질환과 관절염이 9.1%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는 평균 65세 이상 우리나라 노인의 87%가 고혈압. 뇌졸중 등 각종 성인병과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는 노인복지 평가조사와 비교해 볼 때 성인병이나 만성질환 유병률도 일반적인 평균치보다 훨씬 낮았다.

이지영.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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