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 여성, 남편 보내고 10년은 홀로 늙어야 당당하고 예쁜 '골드 위도(wid

푸른물 2009. 6. 17. 10:36

한국 여성, 남편 보내고 10년은 홀로 늙어야 당당하고 예쁜 '골드 위도(widow·과부)'로 살아 나가야죠"

  • MSN 메신저 보내기
  • 뉴스알림신청
  • RSS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 기사목록
  • 스크랩하기
  • 블로그담기

입력 : 2009.06.11 03:34 / 수정 : 2009.06.11 07:35

고(故) 박동서 교수 부인 강순경씨, '노년 과부' 위한 에세이집 펴내

"우리나라 여자들 평균 수명이 82세예요. 부부 나이 차이까지 고려하면 남편 먼저 보내고 최소 10년은 혼자 늙어야 해요. 집안에 틀어박혀 죽을 날만 셀 순 없잖아요? 당당하고 예쁘게 살아야죠."

9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강순경(73) 전 홍익대 교수(영문학)는 스스로를 '골드 위도'(gold widow)라고 했다. '노처녀'가 경제력을 무기로 '골드 미스'가 됐다면, '노년의 과부'도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골드 위도'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생각을 담은 에세이집 《골드위도 홀로서기》(범우사)를 펴냈다.

강씨가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시작한 건 2006년 남편인 박동서 서울대 전 명예교수가 세상을 뜨면서다. 우리나라 행정학계의 대부(代父)로 통하던 박 전 교수는 '아주 건강하다'는 건강검진 결과를 받은 날, 운동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강씨는 정년퇴직하고, 1남1녀를 모두 결혼시킨 후였다.

강순경 전 홍익대 교수는 “늘어난 수명만큼 이제 노인들도 당당하고 예뻐져야 한다”고 말했다./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혼자라는 외로움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많았죠. 우리는 1930~40년대 가난 속에서 태어나 '계집애' 소리를 들으며 자랐고, 한국전쟁으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어요.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앞만 보고 살았죠. 그런데 남편도 죽고 덜컥 노인이 돼 혼자 남겨진 거예요."

강씨는 책을 통해 자신과 같은 여성들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골드 위도로 살자"고 말하고, 곧 노인이 될 40~50대 여성에게는 "골드 위도로 살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골드 위도의 핵심은 '자립'이다. 죽는 날까지 통장(경제력)을 꽉 움켜쥐는 것은 필수이고, 자식들이 무심해도 화내지 않는 '쿨(cool)함'도 겸비해야 한다. 여성으로서의 매력도 포기할 수 없다. 고급 크림도 바르고, 열심히 운동하며 자신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살아보니 가족 먹이느라 자기 배 곯는 것은 미련함이고, 돈 아까워 버스 타다 넘어져 다치는 것도 어리석음이었다는 것이다.

골드 위도는 무엇보다 꿈을 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난 퇴직 후 글을 쓰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덕분에 남편과 사별 후에도 가슴 두근거리며 열심히 살 수 있었죠. 우리 노인들은 다시 세상과 섞여 일하고 싶어도 너무 기회가 없어요. '꿈'이라니, 언감생심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해요."

'어른'이라는 무게에 눌린 60~70대 여느 필자들과 달리, 강씨의 책은 솔직하고 발랄하다. 손등의 검버섯을 없애기 위해 피부과에서 '기적의 크림'을 처방받고, 친구들과 요실금을 걱정하는 부분이 그렇다. 그는 "노인 500만 시대예요. 기존 '노인' 범주에 묶이지 않는 다양한 노년들이 나오겠죠. 골드 위도도 그 중 하나고요. 우리 모두 매혹적인 100세를 준비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골드 위도우의 저자 강순경 씨와의 인터뷰.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