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해지는 정신문화 되살리자
국악 연주·한시 짓기 배워 5박6일 '향교 스테이' 인기 초등학생 대상 예절교육도
경기도가 전통 선비문화의 산실인 서원과 향교 기능 활성화에 나섰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23개 향교·서원을 지원,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경기도가 이처럼 향교·서원 기능 활성화에 나선 것은 전통 교화 및 교육기관인 향교와 서원을 이용, 갈수록 피폐해지는 도민의 정신문화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서원·향교에서 편안한 휴식과 함께 문화적 양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모아봤다.◆설봉서원에서 국악 강좌
이천 설봉산 기슭에 고즈넉이 자리잡은 설봉서원은 고려시대 외교가인 서희(徐熙) 선생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2007년에 복원됐다.
기존에 서예교실·한문교실·예절교실을 운영하던 이곳은 이번 도의 지원을 받아 명교당(明敎堂)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대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문병남(46) 간사는 "국악 강좌를 처음으로 실행하는 것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공지한 지 1주일 만에 20여명이 등록할 정도로 시민들의 호응이 좋았으며 서원 어른들도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해 내년부터는 국악 프로그램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 45호 대금산조 이수자인 죽향국악원 최명호 원장이 초보자들을 소리 내기부터 지도한다. ☎(031)632-6564
- ▲ 이천 설봉서원에서 이천시민들이 대금을 배우고 있다./경기문화재단 제공
수원향교에서는 한시와 한문을 쉽게 무료로 배울 수 있다. 한시에 관심은 있으나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다면 '알기 쉬운 한시 교실'이 수강하기 좋다. 한시에 익숙한 이들을 위해 중국 당나라 때 시의 천재와 성인으로 유명한 이백과 두보의 시를 읊조릴 수 있는 수업도 있다. 오는 10월 9일에는 수원향교를 참배한 정조대왕을 주제로 전국 한시 백일장을 개최, 그 동안 쌓은 각자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마당도 마련한다. 한시 작법 등을 가르치며 강사는 신근식 한국한시협회 이사가 맡는다. 매주 토요일마다 강연한다. ☎(031)245-7639
◆시민문화학교로 탈바꿈한 안성향교
안성향교에서는 부모와 자녀 누구나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민문화학교를 운영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산천을 담고 있는 겸재의 진경산수화와 현대 사진예술을 함께 배울 수 있는 청소년 문화교실을 운영하며, 성인을 대상으로 선조들의 뛰어난 목공예 기술을 배우고 생활소품가구를 직접 만들어 보는 전통문방공예교실을 운영한다.
어린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라면 5박6일간 진행되는 향교스테이도 고려해볼 만하다. 선비의 얼이 서린향교에서 직접 운영한다는 면에서 다른 예절학교 캠프와 차별되는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031)676-0114
- ▲ 안성향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경산수화를, 성인을 대상으로 전통문방공예교실 을 운영한다./경기문화재단 제공
유명한 논어의 첫구절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를 주제로 한 인성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올바른 인생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다음달 27일부터 8월 21일까지 매주 2개 반씩 4회 운영되며 평택향교 알기·국민의례·가정예절·식사예절·언어예절·사회예절 등을 실습을 통해 쉽게 전수한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선착순 모집한다. ☎(031)654-8807
◆여주향교에서 즐기는 전통의 멋
남한강의 중심이자 명승지인 여강(麗江)이 휘돌아가는 여주의 명당 여주향교에서는 선현들의 얼과 멋을 느끼고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한문교실, 명심보감을 소리내어 읽고 익히는 송서교실, 경기민요를 배우는 국악교실, 문인화교실이 운영된다. ☎(031)8835-3450
◆학교와 손잡은 과천향교
과천향교에서는 생생한 예술 체험을 즐기면서 동시에 학교 교과를 배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과천시내 10개 학교가 참가하는 사회과탐구(우리 향교 바로알기), 미술(천연염색 체험), 서예(서예 체험), 음악(정가 체험) 프로그램이 그것. 이밖에 과천문화센터와 협력해 청소년과 시민, 교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매주 진행한다. ☎(02)503-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