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희씨는 1997년 결혼과 동시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으나 지난해 7월 서울시의 주부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 사진은 청담동의 ‘웨딩 드 제니’에서 웨딩 드레스를 고르고 있는 모습. [김태성 기자] | |
3개월간의 인턴 생활을 마친 그는 같은 업체에 정식 사원으로 입사했다. 고객을 상대하면서 그는 주부이기 때문에 오히려 일을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미혼의 남녀가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많이 싸우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자신이 겪은 결혼생활의 지혜가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의 ‘엄마가 신났다’ 프로젝트는 이렇게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다 사회생활을 다시 하려는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주부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여성 교육 사업과 일자리 사업을 체계적으로 묶어 올 2월 시작했다.
‘주부 인턴십’은 출산·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주부들이 현장 적응력과 자신감을 갖도록 해 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900명의 주부는 전산세무회계, 방과후 교사, 미용, 문화 체험사,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6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한다.
임금은 월 100만원 수준으로 서울시가 이 중 50%를 지원한다. 지난해 참여자 1002명 중 867명이 인턴 프로그램을 마쳤고 이 중 658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지역 일꾼 이끌어내기’는 서울 지역을 5대 권역으로 나눠 지역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한 뒤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도록 도와준다. 근무지가 가까운 것이 장점이다. 북부 권역은 교육·문화 서비스, 동부 권역은 패션·디자인, 서부 권역은 웨딩·출판, 중부 권역은 사무관리·문화재 분야 등의 과정을 운영한다.
웹 쇼핑몰 운영 마스터 실무과정을 익힌 뒤 디자인 회사나 출판사에 취직할 수 있고, 학습클리닉 상담지도사 양성 과정을 이수해 상담지도사로 활동할 수 있다.
‘일자리 부르릉 서비스’는 주부를 직접 방문해 취업을 상담해 주고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는 3월부터 ‘찾아가는 여성 취업 상담 버스’ 2대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 분위기의 대형 버스에서 전문 직업상담사, 취업설계사와 일대일 상담을 한 뒤 그 자리에서 구직 신청을 할 수 있다.
주부 일자리 관련 정보는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 홈페이지(wrd.seoulwomen.or.kr)에서 볼 수 있다.
김경진 기자
“돈에 연연하지 말고 첫발 내딛는 게 중요”
전문가들의 조언
가사와 육아에 얽매여 경력이 끊긴 주부들은 다시 사회로 나오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수가 많다.
허미연 여성능력개발원장은 “보육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자신감이 없으면 다시 사회로 복귀하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허 원장은 “겁먹지 말고 일단 일이 있는 곳에 발을 내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숙명여대 여성인적자원개발대학원 이영민 교수도 “막상 사회에 나와보면 ‘주부의 힘’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며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내라”고 조언한다.
청소년상담사, 직업상담사 같은 직종은 주부에게 더 유리하다. 6개월 정도 노력하면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이 교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되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취미를 살펴보면 적성을 알 수 있고, 그것을 일로 연결해 푸드 스타일리스트 등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급여에 연연하는 건 좋지 않다.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 김경아 부관장은 “처음에는 공부하고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이 앞서면 오래 못 간다”고 말한다. 주부 대상 일자리의 월급은 평균 120만원 선이다.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여성능력개발원 등 주부의 취업을 도와주는 기관에 가면 무료 적성검사부터 재교육, 취업 알선까지 도와준다. 허 원장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정보를 모으고 적성을 점검한 뒤 자기소개서 작성법부터 배우라”고 충고한다. 노동부 홈페이지에서는 무료 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고 여성 관련 인력개발기관이 서울에만 20곳이 넘는다.
임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