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가 죽고나면 누가 이미륵 묘소 돌볼지…"곽아람 기자 aramu@chosun.com

푸른물 2009. 6. 5. 07:45

우리가 죽고나면 누가 이미륵 묘소 돌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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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6.04 03:24 / 수정 : 2009.06.04 08:38

독일 뮌헨 근교 그레펠핑시 공동묘지에 세워진 이미륵(본명 이의경) 선생의 묘비./송준근씨 제공

재독(在獨)동포 송준근씨,
뮌헨 묘지 영구사용료 모금운동 펼쳐
"40년대 독일서 펴낸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에 감동"

독일 뮌헨에 사는 동포 송준근(69)씨는 매년 3월 말이면 친지들과 함께 뮌헨 근교 그레펠핑시에 있는 공동묘지를 찾는다. 1946년 독일어로 발간돼 독일 문단의 베스트셀러가 되고, 이후 독일 교과서에도 실린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쓴 재독 교포 작가 이미륵(본명 이의경·1899~1950) 선생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다. 지난 1992년부터 아무 연고도 없는 이미륵 선생의 묘소를 돌보고 있는 송씨에겐 '뮌헨 이미륵 기념사업회장'이라는 무보수 봉사직 직함이 있다. 뮌헨을 찾는 한국인을 만날 때마다 만사를 제쳐놓고 이미륵 선생의 묘지로 안내하는 그는 3일 기자와 만나 "나는 이미륵 선생의 묘지기인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한국을 찾은 송씨는 "저희 세대가 죽고 나면 누가 그분 묘소를 돌볼지 몰라 그 방안을 찾으려고 한국에 왔다"고 했다. "이전까진 묘지 사용 계약을 맺고 계약기간에 따른 사용료를 지불하곤 했는데, 이번엔 영구 계약을 맺기로 했어요. 지난 5월 시(市)로부터 허가가 나서 2만5000유로(약 4400만원)를 지불해야 하는데 저희들 힘만으론 버거워서…."

이미륵 선생의 일대기는 지난해 11월 SBS 창사특집극 '압록강은 흐른다'를 통해 한국에 알려졌다. 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져 4일 서울 강변 CGV에서 개봉한다. 송씨는 "SBS 측이 영화 수익금의 4분의 1을 기념사업회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준근 뮌헨 이미륵 기념사업회장은“이미륵 선생은 유럽 한국인의 상징 같은 존재”라면서“한국 정부가 그분을 기리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1970년 광부로 독일에 건너갔던 송씨는 뮌헨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던 83년 당시 뮌헨에서 연수 중이던 한국 일간지 기자의 기사를 통해 이미륵 선생에 대해 알게 됐다. 그는 "1980년대 말 처음 그분 묘소를 방문했는데 재독 한인들뿐 아니라 수많은 독일인들이 그분 묘소에 꽃을 바치고, 촛불을 켜놓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이후 몇몇 분들과 뜻을 모아 매년 제사를 지냈다"고 말했다.

이미륵 선생은 경성의전 재학 시절 독립운동을 하다가 중국으로 도피, 독일로 건너갔으며 부인과 자녀들은 이북에 있어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송씨는 "이미륵 선생이 동네 목수에게 가구값을 치렀다가 그날 저녁 화폐개혁이 되자 다음날 목수를 찾아가 새 화폐로 다시 돈을 지불한 일화가 독일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면서 "앞으로 이미륵 기념관 건립도 추진하면서 '정직성'으로 표상될 수 있는 그분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독일에 있는 이미륵 묘지 영구사용료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미륵 기념사업회 송준근 회장.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