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서비스도 최고인데 왜?… 우리 가게 좀 도와주세요
만성 적자 시달리는 서울 장안동 복요리집
복요리는 단골 관리 중요 초밥 도시락 선물 등 적극적 홍보에도 신경을
"2008년 4월 문을 열어 현재 개업 1주년 30% 할인 행사 중입니다. 가게 골목 음식점 서너곳이 폐업을 했습니다. 가게 빌딩 7층 중 지하와 3층, 4층이 비어 있고요, 개업 1년간 누적 적자입니다. 위생·분위기·맛·서비스는 자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하고 있지만 어렵습니다. 맞춤 컨설팅이 꼭 필요합니다. 오셔서 도와주세요." 서울 장안동에서 복요리 업소를 운영하는 김미자(50)씨는 본지에 난 맞춤형 창업 컨설팅 공고를 보고 지난 14일 밤 이메일(job@chosun.com )을 보내왔다. 불황 속에서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뚝뚝 떨어지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어 가슴앓이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김씨의 사연을 보고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이 흔쾌히 상담에 나서기로 했다. 이 소장이 13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현장 출동을 한 뒤 작성한 컨설팅 보고서는 다음과 같다.
- ▲ 김미자(오른쪽)·도훈(가운데)씨 남매의 복요리점 주방에 이경희 소장이 출동해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이 소장은“열심히 하려는 의욕은 좋았지만 창업 아이템과 상권 특성 의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며 싼 메뉴 개발 등을 조언했다./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김미자씨가 남동생 도훈(46)씨와 함께 점포 문을 연 것은 지난해 5월. 언니가 경기 수원에서 운영하는 복요리집이 대박을 터뜨리자 2호점을 낸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나섰다.
하지만 창업 초기에만 반짝 매출이 올랐을 뿐 현재까지 매출은 곤두박질 쳐 점포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증금이 8000만원인데 월세가 밀려 보증금도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고가(高價)의 복요리를 파는 만큼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판단, 사업 초기 동생 도훈씨가 매장과 고객관리를 맡았으나 현재는 인건비 절약을 위해 주방 업무를 주로 본다. 대신 김미자씨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카운트와 손님맞이를 맡고 있다.
이 점포의 매출은 1일 평균 20만~30만원 선. 그나마 개업 1주년 행사로 진행 중인 30% 할인 덕을 보고 있다. 창업 초기엔 50% 할인행사, 신문 전단지 광고, 한번에 5명 이상 오면 1명은 공짜 등의 서비스도 했지만 지속적인 판촉은 벌이지 못했다.
◆품질과 청결도는 수준급인데…
이 점포의 최고 강점은 품질이다. 매일 장을 봐 싱싱한 활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미나리도 무공해만 고집한다. 개운하고 깊은 맛의 국물을 위해 소금도 태평염전에서 3년간 간수를 뺀 소금을 볶아서 사용하고 있다. 전복은 완도에서 다시마를 먹여 양식한 4년산을 사용한다고 했다.
게다가 음식점의 핵심 경쟁력인 청결도 측면에서도 수준급이었다. 주방은 윤이 날 정도로 반질거리고 매장도 깔끔하다. 위생을 위해 수저도 매일 삶고, 물수건도 일일이 매장에서 삶아서 고객에게 제공한다. 인테리어도 수준급이다. 개인별 룸이 마련돼 있으며 화장실도 감각적이고 청결하다.
◆그래도 매출이 부진한 까닭은?
맛이나 품질, 청결, 인테리어나 서비스가 좋다고 꼭 성공하는 건 아니다. 어떤 사업이든 상권(商圈) 특성과 잘 어울려야 한다. 고가의 음식일수록 점포의 장점이 널리 알려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때로는 상권 변화로 인해 예기치 않게 매출이 저하돼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김씨의 복요리점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 대체로 여섯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첫째, 장안동 유흥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으로 지역 상권이 급격히 위축됐다.
둘째, 입지적인 한계다. 대로변은 불황에도 비교적 선방할 수 있지만 이면도로변은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알기가 힘들어 불황 때 타격이 더 크다.
셋째, 업종과 지역 상권의 궁합이 다소 안 맞다. 메뉴당 평균 가격인 10만~15만원은 주변 상권을 볼 때 너무 비싼 편이다. 특히 복요리는 40·50대 특정 계층이 즐기는 요리로, 인근 200m 거리에 있는 아파트 단지나 연립주택가의 가족단위 고객을 흡수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넷째, 고객관리에 허점이 있다. 고가 메뉴인 만큼 고객들에게 수시로 연락을 하고 막역한 관계를 만드는 등의 특별 관리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했다.
다섯째, 판촉에도 문제가 있다. 고가 음식의 경우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홍보를 해야 하는데, 창업 초기에만 반짝 판촉을 했다.
여섯째, 운영자금의 부족이다. 고가 음식점일수록 손익분기 매출에 이르는 기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대출을 자제하고 운영자금을 많이 가지고 사업을 시작해야 하지만, 이 점포는 지나친 자신감으로 대출 비율이 높았다. 때문에 매출이 하락해도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어려운 상태다.
◆공격적 홍보부터 시작하라
인근 주택가를 포함한 폭넓은 고객 유치를 위해 메뉴 추가나 업종 전환은 필수적이다. 인근 사무실과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은품을 배포하고 10~30% 할인쿠폰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을 권한다. 고객이 될 만한 인근 관공서나 기업은 직접 방문해 초밥 등 간단한 도시락 선물과 쿠폰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
점포 간판이 눈에 잘 띄지 않으므로 환한 걸로 교체하거나 전면에 현수막을 부착할 것을 적극 검토하라. 경쟁력 있는 메뉴를 만들어 케이블 방송 홍보도 활용하면 좋다. 이런 노력을 전제로, 김씨가 할 수 있는 3가지 대안을 오른쪽 표에 정리해서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