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남는 글

60대, 그 고단한 초상

푸른물 2008. 10. 22. 17:57

윗세대 여성들처럼 나이 들면 자식, 아니 아들에게 의탁하리란 기대를 드들은 이미 오래전에 버렸다. 다만 아들이 제 몫만 할 수 있기를 그들은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재력도 학력도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아들은 성인이 되어도 언저리를 빙빙 돌 뿐 세상 속으로 뚫고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엇다. 옛날 어른들 말씀대로 남자는 결혼을 하면 제 정신을 차릴 거리고 서둘러 결혼을 시킨 것은 60대 여성에게 더 큰 고생의 시작이었다.

가뜩이나 이혼율이 무섭게 높아 가는 이 시대에 무능한 남편과 고단한 살림을 참아 낼 며느리는 드물었다. 모성이 본능이라면 어떻게 자기가 낳은 아이들을 버리는 여자들이 이렇게 많을 수가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그 어디에서도 최소한의 책임과. 타인에   대한 배려 따위를 익히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에게 모성을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떠맡게 된 손자들이다. 며느리는 떠나 가고 아들은 행방불명이거나 혹은 아프거나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 아니, 많은 경우 아픈 아들까지 부양해야 한다. 할아버지는 일찍 죽거나 중풍을 앓고 있다. 이 모든 식구를 할머니 혼자 끌어안고 산다. 60대 여성들은 가족을 포기한다는 건 꿈에도 생각할 줄 모르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모두 몸이 아프다. 혈압도 높고 관절도 아프다. 그러나 손자들을 다 키울 때까지는 결코 죽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으면서그들은 오늘도 한 보따리씩 약을 타다 먹는다. 그리고 무거운 몸을 끌고 고물을 줍거나 풀빵을 구워 판다. 그들은 평생을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고 쉴 틈이 없는 여성들이다.

 

-나이듦에 대하여 중에서 - 박혜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