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당신을 만나기 위해

푸른물 2006. 10. 26. 20:05
당신을 만나기 위해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예쁘게 하고
화장을 곱게 하고서
옷장에서 제일 좋은 옷을 골라서 입고
거울을 보고 또 보고 나서
당신을 만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갔더니
당신은 보이지 않고
무심한 바람이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갔네.

기다림으로 초조하여 발을 구르고
그리움으로 가슴이 낙엽처럼 탔을 때
드디어 저 만치서 당신이 오는 것 같아
한걸음에 달려 갔더니
무안하여 홍당무가 되었네.

곱게 화장한 얼굴이 얼룩지고
예쁜 옷이 기다림으로 지쳐 후줄근해졌을 때
저 멀리서 당신이 오는데
기다림으로 초조하여 발을 구르고
그리움으로 가슴이 낙엽처럼 탔는데도
자존심이 속삭이는 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극배우가 되었네.

당신이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곱게 화장한 얼굴이 얼룩지지 않아
해맑은 모습으로
예쁜 옷이 후줄근해지지 않아
아름다운 모습으로
당신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원망이 산처럼 쌓여 갔네.

그러나 당신이 웃으며
다정하게 손을 내 밀 때
나는 다짐 하였네.
아름다운 옷을 다시 장만하고
맑은 물울 열심히 마셔서
해맑은 모습으로
당신이 언제 부르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기쁨으로 달려 가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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